- ‘고영태 녹취록’ 양측 공방

최철 前 보좌관 증인으로 출석
“고영태 허세 섞인 말 반신반의
최순실·우병우 아는사이 들어”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의 재판에서 ‘고영태 녹음파일’을 둘러싼 공방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21일 재판에 나온 최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보좌관은 증인으로 출석해 “녹취록 시간을 봐도 회의라고 할 수도 없고 사담 정도의 이야기지 일정한 형식을 갖추거나 안건을 갖추고 결론을 도출하자는 건 아니었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녹음파일 의혹에 대해 일축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 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에 대한 15회 공판에서 최 전 보좌관은 “고영태와 최 씨 사이가 좋을 때는 고영태의 말이 맞았다. 체육계에선 최 씨의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생각했다”며 국정농단 배후로 최 씨를 지목했다. 최 씨 측이 녹음파일을 근거로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를 국정농단의 배후로 몰고 있는 데 대해 최 전 보좌관은 “고 전 이사가 최 씨를 통해 인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하는 등 그의 영향력의 근원이 최 씨라고 주장했다. 고 전 이사가 36억 원대 문체부 발주 용역 사업을 따내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최 전 보좌관은 “인력도 회사도 없는 상황에서 허세 섞인 이야기였고 입찰 신청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20일 열린 14회 공판에서도 검찰 측과 최 씨 측은 녹음파일들을 법정에서 공개하며 격돌을 벌인 바 있다. 녹음파일 중에는 지난해 7월 10일 고 전 이사가 “조만간 하나 터지고 그러다 보면 책임은 대통령이 지지 않는다. 대통령은 소장(최순실)을 지키기 위해 정책수석(안종범)을 날리는 거로 끝낼 거야. 내 그림은 그래”라고 말하는 부분이 공개됐다.

최 씨 측은 고 전 이사의 발언을 근거로 그를 국정농단 사건의 배후로 몰고 있다. 하지만 이날 최 전 보좌관은 “고 전 이사가 평소 말을 과장되게 해 그의 말을 반신반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최 전 보좌관의 검찰 진술조서에선 그가 “고 전 이사를 통해 최 씨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혀 “최 씨를 모른다”고 주장하는 우 전 수석의 주장과 배치됐다.

한편 최 씨와 안 전 수석 측이 당초 동의하지 않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진술조서에 대해 20일 동의 신청을 함에 따라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두 사람의 증인신청을 철회했다. 같은 날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던 조양호(68) 한진그룹 회장은 오는 3월 21일 오후 4시로 기일이 연기됐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