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출신 리영, 김정남 암살 배후? 말레이 경찰 ‘공작 총책’ 염두 수사

“北대사관 보호로 기획 가능성”
여권정보 확보해 행적 추적중

말레이시아 경찰이 북한 평양 출신의 리영(58)을 김정남 피살 사건의 배후 인물로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리영이 쿠알라룸푸르 시내 북한 외교관 거주지에 살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내 북한 대외 공작의 총책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북한의 여권 정보를 확보해 행적을 추적하는 한편 그가 북한 정찰총국이나 국가보위성 소속인지 등을 확인 중이다.

17일 말레이시아 경찰 주변에서는 “리영이 김정남 사건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용의자 일당 가운데 공항 CCTV에 포착된 북한계 남성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여성 2명 등을 섭외해 다국적 청부 암살단을 조직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추적 중인 북한계 남성이 대사관 직원들과 밀접한 관계라는 첩보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경찰은 현지 북한대사관 주변을 24시간 밀착 감시 중이다.

리영은 쿠알라룸푸르 북한 대사관에서 차량으로 15분 거리에 있는 타만데사 지역에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콘도엔 중국계 말레이시아 중산층이 주로 거주한다. 콘도 입구엔 군부대 초소 같은 경비실이 설치돼 있어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다. 경비원은 “북한 사람들이 있다.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서너 가족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차량엔 모두 빨간색 번호판에 북한대사관 차량을 나타내는 ‘28’과 ‘DC’가 적혀 있었다.

경찰은 리영과 나이가 같은 아내의 여권 정보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말레이시아 현지에서는 “리영이 북한 대사관의 보호를 받으며 리정철 등 암살단 뒤에서 살해를 기획하거나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돌아다니고 있다.

리영의 집과 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숙소인 콘도, 그리고 경찰에 체포된 리정철의 집은 인접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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