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5일 문화일보 대회의실에 모인 ‘2016 지자체 평가’ 담당 평가위원진이 한데 모여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왼쪽부터 양재진, 명승환, 임승빈, 이덕로, 윤경준, 하동현 교수. 김동훈 기자 dhk@

<끝> 평가위원 결산 좌담

■ 평가위원 = 임승빈 명지대 교수, 명승환 인하대 교수 이덕로 세종대 교수, 하동현 안양대 교수 양재진 연세대 교수, 윤경준 한성대 교수

■ 사회 = 노성열 전국부장

올 7월부터 전국 16명의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순회 인터뷰와 실무자 협의를 거쳐 12월 최종 기사 게재까지 반년 동안 이어진 ‘2016 문화일보 지자체 평가’가 28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에 앞서 문화일보는 지난 15일 본사 5층 회의실에서 이번 지자체 평가 작업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향후 분석의 내실화 및 각 지자체의 협조체제 개선점 등을 논의하기 위해 평가위원 결산 좌담회를 열었다. 토론에는 총괄 담당 임승빈(평가위원장) 명지대 교수를 비롯해 전략·인사조직·지역경제·복지·환경 등 5개 부문별 평가를 담당했던 명승환 인하대 교수, 이덕로 세종대 교수, 하동현 안양대 교수, 양재진 연세대 교수, 윤경준 한성대 교수 등 총 6명의 평가위원이 참여했고 노성열 전국부장이 진행을 맡았다.

△노 부장 = 언론과 학계가 최초로 지방자치단체를 공동 평가하는 좋은 전통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 탄핵과 정계 개편이라는 엄중한 시국 속에서도 차분하게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심도 있는 평가를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생각한다. 각 지자체로부터 자료를 제출받고 공개된 데이터에서 분석물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에피소드가 많았던 것으로 안다. 자유롭게 소회를 말씀해 달라.

△윤 교수 = 환경 부문은 공개된 자료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지자체에서 제출하면 자신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편집돼 와서 오히려 불공정한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 교수 = 지역경제 부문의 경우 처음으로 문화일보와 함께 공통양식을 만들어 전국의 데이터를 수집하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각 지자체가 데이터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지역 상황에 정통한지 여부를 이번 평가를 통해 보고자 했다. 통계적인 데이터와 실제 상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 평가했다. 앞으로 지자체 발전을 위해서는 내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스스로 잘 관리해야 할 것 같다.

△명 교수 = 전략 부문은 정성(定性)평가이기 때문에 계량적 지표를 따로 구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해당 지자체에서 성의를 갖고 자료를 주지 않으면 평가하기 힘든 분야였다. 끝까지 자료를 주지 않은 곳도 있어 애로사항이 좀 있었다.

△임 교수 =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이 수도권에 편재된 면이 없지 않았다. 광역시의 점수가 비교적 좋았던 이유는 세목(稅目) 중 시의 수입항목이 9개, 도는 6개밖에 안 돼 시 쪽의 재정 여건이 좋았기 때문이다. 세원에 따라 자치단체의 경쟁력과 리더십도 달라졌다. 단체장이 올바르게 권한을 행사하는 한편, 책임성도 높이기 위해선 국세의 지방세 이전, 지방재정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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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교수 = 저는 복지 부문을 담당했는데 정량평가를 했다. 결과를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 맹신할 수는 없다. 투입과 산출로 나눠 정량평가를 했는데 투입은 단체장의 노력에 영향을 받는다. 가령, 탈빈곤의 경우 단체장의 노력으로 안 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데까지는 통제하지 못한 채 평가했다. 100% 단체장의 노력으로만 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이 교수 = 인사 부문도 기본적으로 정성평가여서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제가 보고자 했던 조직, 성과, 인력은 모든 지자체가 다 관리를 하고 있었다. 제출된 자료가 부실할 경우 직접 지자체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했을 정도로 공정하게 평가하고자 했다.

△노 부장 = 분야별 지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제한된 자료를 가지고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대부분 말씀하셨다. 향후 새로운 평가 지표를 개발하거나 기존 지표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겠는지.

△임 교수 = 이번 평가의 방향성은 맞다. 사회구조의 변화, 기술 발달과 다르게 지표를 선정할 수는 없다. 저출산·고령화라는 사회구조 변화와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벌써 200만 명가량이 외국인인 데다 대도시 중심의 문명 변화도 지자체 발전에 영향을 미친다. 산업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3차 산업에서 충분한 인력이 고용되지 않는다. 3차 산업 기업들은 비정규직을 많이 고용한다. 이제 4차 산업 시기로 옮아가고 있으니 이런 변화도 평가지표에 반영해야 한다.

△노 부장 = 언론사와 단체장을 공동평가하는 작업도 사실 처음 해보셨을 것이다. 학자로서 어떤 시사점을 얻었나.

△양 교수 = 16개 시·도를 비교하는 평가이다 보니 비교 가능한 데이터가 있는지 여부가 평가에 큰 영향을 미쳤고,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어 아쉬움도 컸다. 앞으로 문화일보에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예산도 투입하고 협조가 잘 이뤄지면 반영할 지표가 더 많아질 수 있을 것이다. 정량평가를 통해 볼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어서 현장조사를 나가 지역 공무원들 인터뷰도 해야 한다. 우리는 단체장만 만났고 부문별 담당자와 면담은 해보지 못했다. 제안을 한다면 앞으로 평가할 때, 물론 매번 모든 분야를 다하진 못하겠지만 현장조사까지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심층적으로 부문별로 엮어가면 훨씬 깊이 있고 타당성 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노 부장 = 기자와 같이 인터뷰하다 보니 교수님들의 학문적 호기심을 100% 충족시키진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 평가위원 현장 인터뷰를 별도로 준비해 진행해도 좋겠다.

△명 교수 = 사전에 평가지표를 공개한 후, 왜 그렇게 지표를 만들었는지 지자체들에 전체적으로 설명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그런 과정이 생략돼 왜 어떤 부문에 이런 지표가 들어갔는지 설명하는 데 애를 먹었다. 공약과 전략은 다른 부분인데 이것을 혼동하는 곳도 있었다.

△이 교수 = 제가 담당했던 인사조직 부문은 어느 조직이든 없으면 안 되는 것이기에 관리가 다 돼 있었다. 실사가 바람직하지만 인사 분야는 모두 관심을 갖고 있다. 중요한 건 내부적으로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인데, 그러려면 현장에 나가봐야 한다. 그러나 16개 지자체 현장실사를 다하려면 막대한 자원이 투입돼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앞으로 따져봐야 한다.

△노 부장 = 올해 첫 평가를 시작으로 앞으로 기초자치단체장까지 평가대상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지자체 역시 “이게 무슨 평가지?” 하면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에 응했던 것 같다. 명 교수님 말씀대로 사전에 평가 기준과 지표에 대해 알려주고 교육도 시킬 수 있을 것이다. 현장조사도 심도 있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평가가 현장의 호응을 이끌어내면 대상을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

△임 교수 = 언론과 학계가 함께 평가하는 이유가 분명 있더라. 그동안 언론의 존재 이유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언론은 수사관처럼 비리를 파헤치는 등 훌륭한 역할을 했다. 언론이 좀 더 정론으로 인정받으려면 가십보다 이렇게 학계와 협력해 정론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본다. 이번 평가도 우리나라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공동작업을 한 것인 만큼 앞으로 협업을 확대할 여지는 충분하다.

△하 교수 = 평가 시기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데이터 중에 1년에 한 번씩 생산되는 것도 있고 분기별, 반기별도 나오는 것도 있다. 지표별로 다르다. 통계청 자료는 12월에 공개된다. 지역경제 전반을 볼 때 지역내총생산(GRDP)이 가장 중요한데, 작년치를 반영하지 못했다. 그래서 데이터가 확보되는 시기에 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공개 시기를 맞춰야 한다. 매년 상반기에 평가해 전년도 경제 상황을 반영할 수 있게 말이다.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으면 공개된 데이터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통계청 공개자료를 확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간 2회 반기별 평가를 하거나 연 1회 평가할 경우 최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

△윤 교수 = 단체장 평가인지, 단체 평가인지 처음부터 혼돈이 있었다. 명확하게 정의가 덜 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엔 단체장과 단체에 대한 지표를 다 집어넣었다. 다음 평가 때엔 단체장 평가와 단체 평가를 2개의 큰 기둥으로 놓고 평가하되, 단체장 평가는 인터뷰 같은 현장수집 내용이 많이 반영되는 게 좋겠다. 자료만 봐서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잘 모른다. 개인적인 인터뷰와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반영해야 한다. 단체 평가는 최신 데이터 사용시점을 잡아서 해야 한다. 이 부분을 명확히 세팅해야 새로운 지표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임 교수 = 사람으로 치면 체력 지표와 건강 지표는 다르다. 체력이 좋다고 오래 사는 건 아니다. 이번 평가에서 점수가 나쁘다고 살기 나쁜 곳은 아니다. 살기 좋은 곳과 경쟁력이 좋은 곳은 다르다. 기획재정부에서 공공기관을 평가할 때 지표가 단체장 책임경영, 경영평가, 고객만족도 3개다. 우리 평가도 이렇게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데, 이렇게 하려면 학교를 그만둬야 한다. (웃음) 만약 삶의 질 지표를 추가해 공원 확보율, 환경 폐기물업체 수 등도 평가한다면 이번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양 교수 = 복지 부문에선 스웨덴을 높이 평가하고 이탈리아는 열악하다고 소문이 나 있다. 그런데 당장 어디서 살고 싶으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이탈리아라고 답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이치는 똑같다.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 음식, 기후, 물가 요소를 반영하면 결과가 다를 것이다. 강원도가 그렇다. 하지만 그런 요소는 자치단체가 모두 컨트롤할 수 없는 것들이다.

△임 교수 = 내년 2월에 열리는 지방자치학회 학술행사에 이번 평가 결과를 보고할 생각이다. 광역자치단체장을 평가한 것은 의미가 깊다. 첫 출발을 계기로 학계와 언론의 공동작업은 계속돼야 한다. 사실 학회에서 교수들이 논문을 발표해 봐야 믿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하지만 학회가 제시한 방향이 언론의 공정성과 만나면 파급력이 크다.

△윤 교수 = 지역경제·복지·환경이 평가 부문이었는데 지표별로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복지 예산은 계속 늘어나고, 사람이 먹고사는 것만 중요시하면 환경에 대한 배려는 점차 줄어든다. 그래서 단체장들도 머릿속에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만 자꾸 들어오는 것이다.

△명 교수 = 기존 지자체 평가들을 보면 과거의 틀 안에 매인 평가지표를 가지고 한다. 이번 평가는 단체장 역량에 집중한 것이기 때문에 기존 시도와 달랐고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높게 쳐줄 만하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5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문화일보 본사에 모인 ‘2016 지자체 평가’ 담당 교수들이 임승빈(가운데 양손을 편 이) 평가위원장을 중심으로 올해 평가의 개선점과 향후 지속적 시행 방향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노 부장=이번 평가의 문패가 ‘2016 문화일보 지자체 평가’다. 앞으로 기초자치단체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올해 광역단체 평가에도 많은 품이 들었는데 기초단체 평가를 할 때는 어떤 부분을 얼마나 보완해야 할까.

△이 교수=어떤 평가를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서는 이미 지표에 다 나와 있다. 다만 시대정신이 반영되는 평가지표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인사조직 부문의 경우 최근 안전 문제가 국가적으로 이슈가 된 이후 이것을 조직 개편에 담은 곳들이 있다. 그런 단체장들은 상황을 볼 줄 아는 것이다. 그러나 역행하는 곳도 있다. 개인적 편견일 수도 있지만 지금 국가에 필요한 것들이 정책에 담겨 있나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평가는 주로 결과를 갖고 보는데, 실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오래 걸리니 어젠다 세팅을 어떻게 하고, 어떤 식으로 반영했나를 봐야 할 것 같다.

△윤 교수=이 교수가 말씀하신 내용이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지자체와 단체장이 해당 사안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평가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은 평가가 될 것이다. 가령, 환경 대응성과 역동성을 같이 평가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한다는 게 쉽지는 않다.

△명 교수=미래에 대한 전략 보고서가 있는지, 사이버 테러 대비책은 있는지도 평가했는데 이게 전략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하는 지자체도 있었다. 그런 곳은 전략적인 사고와 체제가 없는 것이다. 싱크탱크가 정말 없다. 지자체 산하 연구원도 있는데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 들더라.

△노 부장=조직이 큰 광역단체만 했는데도 준비가 덜 돼 있고, 마인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기초단체까지 확대할 경우 원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낮을 수 있는데, 어떻게 준비를 하면 될까.

△이 교수=16개 지자체 중에도 규모의 차이가 있다. 규모의 경제가 평가 결과에도 작용한다. 큰 곳이 대체로 잘돼 있다. 그런데 작은데도 잘하는 곳이 있다. 그런 것들을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윤 교수=인풋 대비 아웃풋이 어느 정도인지를 봐야 한다. 당연히 서울시와 경기도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군 단위 자치단체로 가면 규모부터 동네 복덕방 수준일 것이다. 평가자료가 없는 건 물론이고 전략 측면에서 아무것도 없을 가능성이 크다. 시·도 중 인구 10만~20만 명 자치단체는 구멍가게 수준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아 광역단체와 같은 지표로 평가하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기 힘들 것이다.

△명 교수=서울에서 많은 지적사항을 도출하려고 했는데 잘 안 나오더라. 역시 규모가 달랐다.

△하 교수=공무원의 대응 능력이 지역마다 격차가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양 교수=지표 구성부터 달라져야 한다. 16개 지자체는 유럽의 작은 나라 규모만큼은 된다. 더 밑으로 내려가 시 평가와 구 평가를 한다 치자. 시 단위와 구 단위의 노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환경 문제도 작은 자치단체에선 관리 범위가 넓다. 부문이나 지표 구성도 새롭게 해야 할 것 같다. 현실적으로 비교 가능한 데이터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고민이다. 기초단체에선 데이터 생성이 잘 안 된다. 그래서 인력과 예산이 엄청나게 투입돼야 할 것이다. 이번 평가보다 20배 넘는 수고가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윤 교수=행정자치부 기초지자체 평가에 교수 200~300명이 투입된다. 그래도 지표가 맘에 안 들고 이상하다. 그렇게 수백 명이 들러붙어도 현장조사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케이스 중심으로 가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비교 가능한 데이터로 하기보다 지자체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케이스들을 제출받아 이게 얼마나 영향을 미쳤고, 잘돼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우리가 벤치마킹 사례를 소개하는 건설적인 평가가 될 수 있지 싶다.

△노 부장=요즘 분권형 개헌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중앙정부의 권력구조 분권뿐 아니라 중앙과 지방의 공간적 자치분권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개헌이 진행된다면 지방분권 요소를 어느 정도 집어넣으면 좋을까. 개인적으로 제언을 한다면.

△명 교수=대통령제든 내각제든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운용의 묘가 중요하다. 인터뷰를 쭉 해보니 개헌하는 게 실제로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차분히 생각해 지금 상황에서 지방분권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서 반드시 개헌을 하지 않더라도 분권은 지금 시점에 해도 된다. 당장은 지방분권을 하기 힘든 상황이란 것을 모두 알고 무엇이 문제인지도 안다. 하지만 중앙집권형 체제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평가도 행자부는 평가하기 위한 평가, 기재부도 자기가 컨트롤하기 위한 평가다. 실질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면서 지역 상황을 반영하는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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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교수=지금의 권력구조로는 지방분권이 불가능하고 언제 될지도 모르겠다. 지방자치 부분도 손볼 곳이 많다. 지자체라는 개념을 없애고 지방정부 용어를 쓰는 게 맞다. 지금은 행자부 산하기관처럼 돼 있다. 지자체는 행자부에서 받기 싫은 업무를 받은 후, 하기 싫은 일은 안 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 지자체의 행정적 명칭을 지방정부로 쓰고 일부 사법기능을 이양할 수도 있다. 앞으로 지방자치를 내실화하려면 정부 기능으로 돌아가야 한다. 헌법에도 ‘지방자치단체를 둔다. 지자체 의회를 둔다’고만 돼 있다. 나머지는 다 하위법에 위임했다. 지금 상황에선 지자체가 주요 정치체제로 자리 잡기 어렵다.

△하 교수=앞으로 개헌 문제가 도마에 올랐을 때 대한민국의 지방자치에 대한 이념적 합의를 넣는 데 동의한다. 실질적으로 이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하는 점에서 개헌이 모두 해결해줄지는 의문이다. 지자체를 둘러싼 중앙과 지방의 관계에서 사무와 인사 조직이 확실히 이양돼야 한다. 일본처럼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국가 사무와 자치 사무를 분리하는 등 법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헌법 내에서 자치 사무를 분리하는 게 가능한데 그게 안 되고 있다. 국가 사무와 자치 사무를 정확히 정의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개별법상 정부 사무여서 지방을 컨트롤하려 한다. 지금 정부와 지자체는 형태만 독립돼 있지 실제로는 중앙이 모든 것에 관여하고 있다. 정부 부처 내에서 분권의식을 가미해 환경이든 복지든 사무를 구분해서 일을 진행해야 한다. 단순히 상징으로서만 분권이고 사무는 섞여 있으면 결과적으로 분권은 안 된다. 먼저 분권의식을 공유하고 그 속에서 사무를 명확히 분리한 뒤 권한을 이양해야 성숙한 지방자치로 나갈 수 있다.

△양 교수=사무가 분리되면 돈과 조직과 인력이 함께 간다. 지금 체제에서는 자율권이 없다. 바람직한 방향은 모든 게 자율적으로 가는 것이다. 그런데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지자체가 독주하거나 잘못된 길로 갈 수 있다. 그 경우 언론이 감시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취약하다. 그래서 이번 평가처럼 감시·감독을 통해 좋은 방향으로 가게 해줘야 한다. 재정 분야 자율권을 줄 때 균등발전이란 측면에서 보면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 중앙정부에서 경제력이 취약한 지역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노 부장=일본의 지자체 파산제도 도입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겠다.

△하 교수=우리나라는 각 지자체의 부시장·부지사를 중앙에서 파견한다. 다른 나라들은 지자체가 필요하면 요청한다. 정부가 경쟁과 지원을 하면서 정보공개 수준도 높여야 한다. 언제든 주민들이 확인해서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 부장=이번에 지방을 돌면서 처음 평가를 하셨다. 각 부문 평가를 하면서 지자체 발전을 위해 하고 싶은 제안이 있다면 한 말씀씩 해달라.

△명 교수=기존 학회의 역할이 한계가 있고 연구원은 정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미래를 설계하고 사심 없이 전략을 수립하려면 중앙과 지방의 가치를 모두 반영할 수 있는 국가전략위원회가 필요하다. 16개 지자체 중 돈이 많은 곳은 모든 지표가 좋다. 사업도 지자체끼리 잘되는 것을 베껴서 차별성이 없다. 무엇보다 장기전략 수립을 위한 싱크탱크가 없는 것 같았다. 앞으로 학계와 문화일보가 지자체 발전을 위한 컨설팅과 감시·감독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평가방법론은 전면적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데이터 관리가 제대로 안 돼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리 축적이 잘 안 돼 있다.

△윤 교수=경제·환경·복지 부문별로 나눠 접근하는 시대는 지났다. 환경을 보면 녹색경제와 환경인식이 중요한데 아직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환경 예산이 늘면 복지나 경제 예산이 줄어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도농복합 자치단체로 갈수록 공장 숫자를 관리하는 식의 사고가 강했다. 지표들을 융합해 평가해야 한다.

△이 교수=환경 변화를 반영한 조직의 변화도 있어야 한다. 지난 30~40년간 성과관리 시대를 거쳐서 성과관리 준비는 잘돼 있다. 그런데 자기 내부적 특성화를 어떻게 시키는지에 대한 고민은 많이 없는 것 같다. 인사 충원은 지자체가 크게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하지만 교육훈련은 나름의 비전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런 게 담겨 있는 곳이 없는 곳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성과관리의 기본은 우열을 가리자는 게 아니라 확인된 것을 갖고 개선하자는 것이다. 이번 평가 결과를 개선의 계기로 삼아 지방자치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으면 좋겠다.

△하 교수=지역에서 지지를 받는 리더십과 실제로 수행하는 결과에 대한 편차가 있었다. 위에서 열심히 노력하는데 밑에서 잘 따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대응의 문제도 있었다. 대응의 문제란 데이터 관리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조직의 중심인 공무원들이 어떻게 인식을 공유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느냐가 중요하다. 혼연일체로 노력했을 때 지방자치가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양 교수=복지시대가 열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기본적으로 경제력에 따라 기본 역량이 좌우된다. 개선도의 경우 광주, 부산, 대구가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념적인 성향과 복지 증진은 상관이 없다. 다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는 거다. 조금 예외였던 건 경기도였다. 자체 세입도 높고 여건도 좋은데 기본 역량이 중위권이고 개선도도 하위권이었다. 얼마 전 경기도청에서 회의가 있어 복지 담당 공무원을 찾아가 이야기해봤는데, 경기 북부와 남부의 격차가 너무 크다고 하더라. 남부는 잘돼 있지만 북부는 최하위권이라고 한다. 그래서 북부 쪽에 교통, 주거, 산업단지 등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투자는 잠재역량을 투입하는 것이라 눈에 보이는 복지 부문 평가에선 약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지표를 만들 때 모든 분야별로 지표를 쪼갤 수는 없고 종합적으로 각 분야를 보고 진단해야 한다는 점을 경기도 사례를 보며 느꼈다.

△노 부장=중앙에선 이념에 따라 불필요한 논쟁들이 있는데 지방에선 단체장이 직무에 충실하며 공약이행과 서비스에 아무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념보다 문제해결에 초점을 둔 것이다. 국회가 단체장한테 배워야 한다. 같은 선출직이지만 국회의원보다 지자체장이 지역주민들의 수요에 더 민감한 것 같다.

△하 교수=고령화·저출산 문제, 아동과 청년층 예산 배분은 지역별로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하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년층에 예산이 엄청나게 배분돼 있고, 국가 미래를 책임질 청년 예산이 너무나 빈곤하다. 지역의 미래를 위해 청년에게 투자해야 한다.

△노 부장=6개월의 긴 시간 동안 성의 있게 현장조사와 토론에 애써주신 평가위원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정리 =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