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 엇갈리는 시민사회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전격적으로 ‘개헌 카드’를 던진 데 대해 시민사회에서는 “각종 국정과제의 블랙홀이 될 수 있었던 임기 초·중반을 넘어선 만큼 지금이 개헌 적기”라는 호응(보수 진영)과 “임기 말 정국 불안정과 각종 의혹을 타개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진보 진영)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24일 “(마지막 개헌 시기인) 1987년 당시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상황과 비교해 현재 상황이 많이 변했기 때문에 개헌은 적절한 제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개헌론은 임기 초·중반에 제안했다가는 ‘블랙홀’이 돼 각종 국정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 사안이지만, 이제는 임기 말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개헌을 본격 논의할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특히 5년 단임 대통령제하에서 레임덕과 측근 비리 등이 진보와 보수 정권을 가리지 않고 반복적으로 터져 나온 데 대한 문제의식은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는 “개헌은 한두 해 된 이야기가 아니고 이전 정권에서도 논의했던 문제”라면서 “야권 등 일각에서 제기하는 ‘눈가리개용 제안’이라는 비판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보단체들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대통령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 관련 의혹을 덮으려는 술수라고 비난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개헌에 대해 원래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박 대통령이 갑자기 개헌 이야기를 들고 나온 걸 봤을 때, 최측근의 권력형 비리를 덮으려는 의도로 읽힌다”면서 “이미 박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국정 동력도 안 붙으니까 이슈를 선점해 정국을 주도하려는 국면 전환용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강문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총장은 “개헌을 하려면 전 국민적인 의사가 통일이 된 가운데 진행돼야 하는데, 박 대통령이 자기가 불리한 시기에 불쑥 제기하는 것은 판을 흔들어서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려는 속셈이 아닌가”라면서 “다른 것도 아니고 개헌 문제를 이런 식으로 꺼내는 것은 매우 경솔하고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리안·김수민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