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레 北인권법 반대 표명도
“실효성 없는 내정간섭” 주장

북한인권법 시행 한 달을 맞은 가운데 북한 인권실태를 꾸준히 규탄하는 유엔 및 국제사회와 달리 국내 진보 성향 인권단체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들 단체 중에는 과거 북한인권법 통과에 거세게 반대하거나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반대활동에 나선 곳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문화일보가 5일 주요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의 북한 인권 개선 관련 활동 내용을 살펴본 결과, 북한 주민의 인권탄압에는 문제 제기를 하지 않거나 북한인권법 통과에 반대했던 단체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적 인권단체인 ‘천주교인권위원회’는 과거 ‘북한인권법안(대안)에 대한 인권사회단체 의견서’를 통해 “북한인권법안은 새로울 것도, 실효성도 없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연대’는 “북한 인권 문제는 북한 스스로 풀도록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이에 대해 한희원 한국국가정보학회장(동국대 법과대 학장)은 “시민단체에선 내정간섭을 큰 논거로 내세우며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하고, 북한 인권법에도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며 “하지만 북한 주민 인권 침해 실태가 심각하고 조직적이기 때문에 방관이나 침묵으로 일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데, 국내 일부 단체의 반대 움직임은 오히려 북한 정권을 옹호하는 듯한 인상까지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진보 인권단체들은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인권연대 관계자는 “북한 인권문제의 심각성에는 공감한다. 다만 현재의 북한인권법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법안이란 점에서 비판하는 것”이라며 “최근 북한 주민들이 수해로 고통받았을 때 인도적 지원을 하지 않은 것이야말로 북한 주민의 인권을 무시한 처사 아니냐”고 말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관계자는 “북한인권법은 북한을 인권 문제로 압박해 정치적 우위를 점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기에 반대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기윤·김수민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