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북한 탈북자 두 명이 5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주최 ‘북한 강제노동 실태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강제노동 실태를 증언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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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CNK 폭로 ‘착취 실태’

하루15시간씩 ‘돌격대’ 복무
군대선 건설부대 형식 동원

공장 근로자 임금 다 못받아
주부들은 퇴비 등 현물 상납

“ICC 규정한 인권유린 범죄
유엔 아동권리협약도 위배”

북한에서 자행되는 강제노동과 현금 수탈은 특정 개인이나 일부 조직에서 벌어지는 일탈 행위가 아니라 북한 당국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북한 주민 대다수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음이 5일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가 펴낸 북한 강제노동실태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이날 ICNK는 ‘거대한 노예노동 국가, 북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 당국의 강제 노동 착취는 우선 북한의 국가적 역량이 총동원되는 국가적 건설사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돌격대, 군대 등이 중심이 돼 강제 노역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모든 건설사업을 맡고 있는 돌격대는 ‘현대식 노예제도’와 다를 바 없으며 대략 10년의 복무기간 동안 군대와 유사한 조직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건설사업에 동원하면서도 인건비를 거의 주지 않는 기이한 형태의 노동착취 조직인 셈이다. 돌격대는 북한의 중학교 졸업생들 중 출신성분과 신체조건이 가장 떨어지는 학생들을 거의 강제적으로 복무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엔 사회권규약 제6조에 규정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박탈하고, 국제형사재판소(ICC)가 규정한 ‘반인도적범죄’를 구성하는 인권유린 중의 하나라는 지적이 있다.

일반 군대에도 돌격대와 유사한 건설부대가 있어서 군 복무와 무관하게 건설현장으로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은경 열린북한 대표는 “군대 내의 건설부대도 돌격대와 마찬가지로 ‘현대식 노예제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 당국의 강제 노동 착취의 다른 한 특징은 최근 북한의 경제 침체가 지속되면서 주로 건설 사업을 대상으로 이뤄지던 사회동원과 경제과제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주민들은 국가 기업소와 공장 등에 의무적으로 출근해 노동을 하고, 국가로부터 임금을 받는데 사실상 국가가 이들에게 제대로 된 임금을 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1990년대 이후 배급제가 붕괴되고 장마당 등 시장화가 진행되면서 이들 근로자는 월급보다는 시장에서 장사 등을 통한 개인적인 돈벌이로 살아가는데 북한 당국이 임금의 50배 이상을 매달 수탈해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가정주부나 학생들에게도 정기적인 경제과제를 하달하고 퇴비, 폐지, 폐고무 등을 거둬가며 현물이 없을 시는 현금을 수탈하고 있다.

권 대표는 “북한 일반주민을 대상으로 한 돌격대의 현대식 노예제도는 북한도 당사국인 사회권규약과 자유권규약의 위반이며, 북한이 가입한 아동권리협약에도 위배되는 사항”이라며 “북한은 돌격대를 즉각 해체하고, 국제노동기구에 가입해 국제적 규범을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