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등 감염병 검사 안받은
외국인근로자가 식재료 관리

전국 학교급식 실태는 생산부터 유통, 관리까지 전 과정이 엉망이었다. 식재료 위생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식재료 공급업체 종사자에 대한 감염병 감염 여부도 확인하지 않았다. 돈벌이에만 눈독이 들어 지인 및 친·인척 명의로 된 유령업체가 난립했다. 유착 과정에서 불법 금품이 오갔다.

정부 합동 조사에 덜미를 잡힌 학교급식 공급업체와 일선 학교들의 급식 관리 실태는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었다.

23일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이 밝힌 학교급식 비리 유형은 온갖 비리의 종합판이라고 할 만큼 각양각색의 부정부패 사례들이 총망라돼 있다.

경기 하남시 소재의 ‘A 농산’은 절단·세척·껍질 벗기기 등 식재료 전처리 과정에서 대장균 등 수질검사를 받지 않은 지하수로 식재료를 씻고, 작업대 없이 창고바닥에서 껍질 벗기기 작업을 하는 등 비위생적 방법으로 식재료를 가공하다가 적발됐다. 곰팡이가 핀 감자를 부적합한 지하수로 씻은 뒤 친환경 감자와 섞어 유기농·무농약 감자로 표시해 수도권 지역 초·중·고교에 공급한 업체도 있었다.

식재료 공급업체 종사자들에 대한 감염병(결핵·장티푸스·피부질환 등) 확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 12명을 고용해 식재료를 관리한 업체도 적발됐다.

학교급식을 납품하는 천안의 ‘B 축산’은 유통기한이 한 달이나 지난 무항생제 냉장 한우와 유통기한이 무려 156일이 지난 냉동 한우 꼬리를 판매목적으로 보관해 오다가 꼬리가 잡혔다. ‘C 축협’은 작업 편의를 위해 냉동육을 해동시켜 냉장육으로 재포장해 판매하는 방법으로 최근 2년간 서울지역 156개 학교에 49억 원어치를 납품했다가 적발됐다.

일반 사료를 먹인 돼지를 약초 성분의 친환경 사료를 먹였다고 속여 일반 돈육보다 비싼 가격으로 충북지역 초·중·고교에 급식용으로 97억 원 상당을 납품한 충북의 한 가공업체도 점검단에 덜미가 잡혔다.

‘D 유통’의 경우, 경기 하남시에 부인과 친·인척 명의로 3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세우고 지인이 세운 업체 등 13개 업체와 계 모임을 만들어 특정 학교에 동시 투찰하는 방식으로 낙찰률을 높여 낙찰을 받기도 했다. 이들 업체는 학교에서 가까운 회사가 식재료를 공급하도록 서로 명의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서울과 경기지역 71개 학교에 600억 원 규모의 식재료를 대리 납품하다가 이번에 적발됐다.

임대환·박정경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