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 병’ 빈발에 불안

콜레라가 15년 만에 국내에 다시 나타나고, 수백 명 환자가 집단으로 C형 간염에 걸리는 등 후진국형 질병 사고가 잇따르면서 방역 당국의 허술한 방역체계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국내 보건의료시스템의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난 바 있지만, 1년여 만에 또다시 방역체계의 허점을 보이면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질병관리본부(KCDC)에 따르면 해외여행 경력이 없는 59세 남성이 콜레라균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콜레라는 오염된 어패류 등 식품이나 오염된 지하수 등을 섭취해 감염되는 수인성 전염병으로, 보통 물의 위생이 좋지 않은 저개발국에서 많이 발생해 ‘후진국 병’으로 불린다.

특히 최근 발생한 서울 동작구 서울현대의원의 C형 간염 집단감염은 방역 당국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과 강원 원주의 한양정형외과의원의 C형 간염 집단감염에 이어 또다시 집단감염 사례가 확인되면서 정부의 방역체계에 대한 비판이 높다.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감염되는 C형 간염은 주사기 재사용 등 비위생적이고 후진적인 의료환경에서 자주 발생한다. C형 간염은 B형 간염과 달리 치료할 수 있지만, 예방백신이 없어 혈액을 통한 전파 경로를 사전에 차단하는 수밖에 없다. 보건 당국이 의료기관의 감염 관리를 철저히 하면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올 하반기에는 필리핀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모기 매개 감염병인 지카, 뎅기열 바이러스 감염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동에서 꾸준히 발생한 메르스도 중동 병원 내 2차 감염이 유행할 경우,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KCDC는 폭염이 끝나고 가을로 접어들면 진드기 매개 감염병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쓰쓰가무시병 등도 유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