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소식통 “대성지도국 소속
‘4000억 잠적’소문 사실아냐”

北이 중동·阿 등지서 번 돈도
런던 금융중심가 통해 北송금
흐름 상세히 알고있을 가능성
송금 라인 절반가량 붕괴된 듯

비자금 은닉처 스위스도 관리

유럽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당 자금 수십억여 원을 들고 탈북한 것으로 알려진 노동당 소속 A 씨는 최근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윗급 인물로 유럽 내 북한 자금 총괄 책임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일가 비자금의 주요 은닉처로 지목돼온 스위스를 비롯해 중동 및 아프리카 대북 송금 ‘허브’로 알려진 영국 런던의 돈줄을 장악했던 인물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잇단 고위직 탈북에 따라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북으로 보내는 송금 라인의 절반가량이 붕괴된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19일 대북 소식통은 “이 인물은 직업외교관이 아닌 노동당 39호실 소속으로 대성지도국 유럽지국장이나 총국장으로 파악되고, 지난해 탈북 당시 미국행을 희망했지만 무산돼 현재 유럽의 한 곳에서 현지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탈북 당시 40억 원가량의 북한 당 자금을 들고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각에서 4000억 원을 들고 잠적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도 해외에 파견된 당 자금 관리자들의 탈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간부 한 명에게 수백억 원이 넘는 돈을 관리하도록 놔두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특히 A 씨는 유럽에서 북한의 자산 관리를 총괄하면서 상당한 액수의 돈을 움직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 중동 및 아프리카에 있는 북한 외교관이나 해외 주재원들이 번 돈이 영국의 런던 금융중심가를 통하기 때문에 유럽뿐만 아니라 유럽 외 지역에서 유입되는 자금 흐름에 대해서도 소상히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해진다. 아울러 스위스 등에 은닉된 김정은 일가의 유럽 내 비자금과 사치품 조달 등에 대해서도 상당히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의 탈북이 태 공사의 탈북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태 공사가 북한 당국으로부터 A 씨를 체포하라는 등의 지시를 받았지만 이를 감당하기 어려웠고, 본국 소환 뒤 처벌을 피하기 위해 망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태 공사의 경우 외무성 소속이고, A 씨는 당 소속이어서 곧바로 태 공사에게 책임 소재를 묻지 않았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태 공사와 A 씨는 책임 소재 라인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정경·인지현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