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소식통 “노동당 39호실 소속 총국장說
美망명 불발, 유럽서 신변보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해외자금을 관리하던 노동당 39호실 소속 A 씨가 지난해 거액의 비자금을 갖고 잠적한 뒤 유럽에서 신변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과 대북 소식통 등은 19일 “A 씨는 최근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 공사보다 윗급 인물”이라며 “지난해 주재하던 유럽의 한 국가에서 수십억 원의 자금을 갖고 잠적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A 씨는 미국 망명을 희망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현재 유럽의 한 국가에 체류 중이며, 현지 당국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 소식통은 “망명한 A 씨는 외교관은 아니며 노동당 39호실 소속의 대성총국 유럽지국장이나 총국장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A 씨는 지난 연말 또는 올해 초 망명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은 해외 비자금 관리자들이 거액을 갖고 망명하는 사례가 잦아 현재 유럽,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지의 대북 송금라인의 절반이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최근 몇 년간 고위급 북한 인사들이 거액의 김정은 해외 비자금을 갖고 망명했다”며 “북측은 비공식 경로를 통해 사람은 안 된다 하더라도 돈만큼은 돌려달라고 해당 국가에 항의한 일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과 소식통들은 그러나 A 씨가 4000억 원가량의 비자금을 갖고 잠적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북한은 한 개인이 4000억 원을 다 가져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그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한편 태 공사는 지난달 중순 우리 정부 측에 직접 귀순 의사를 표시했으며, 귀순 의사를 밝힌 뒤 얼마 되지 않아 그달 하순 제3국을 경유하지 않고 영국에서 한국으로 직행한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태 공사는 우리 정부에 직접 귀순 의사를 타진해 가족과 함께 한국행에 성공했다”면서 “태 공사는 영국에서 곧바로 한국으로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정경·인지현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