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계 김명철 소장 밝혀
“돈·여자로 외교관들 유혹”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한국 망명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한국 정보 당국의 뇌물이나 강압에 의한 것이라고 북한 측 관계자가 주장했다. 지난 4월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 망명 때처럼 납치설을 공식화하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된다.

18일 텔레그래프는 북한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일본 조총련계 김명철 조미평화센터 소장이 인터뷰에서 태 공사가 자신의 자유 의지로 망명을 결정했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 소장은 북한 사회과학원에서 학위를 받았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명철은 나의 의중을 잘 이해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북한 내부 소식에 정통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 소장은 “(태 공사 망명은) 남한 정보기관들의 전형적인 작전이며 북한을 붕괴시키려는 책략의 일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정부가 세계 각국에서 일하는 북한 외교관들을 돈과 여자로 유혹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남한 정보기관이) 태 공사의 자녀를 납치한 뒤 태 공사가 남한으로 간다고 동의할 때까지 인질로 붙잡아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4월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 망명사건과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종업원들이 한국 정부에 의해 납치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태 공사 망명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김 소장의 발언으로 보아 납치설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소장은 이처럼 납치설을 주장하면서도 “북한이 5년 안에 남한을 흡수 통일할 텐데 그때 태 공사와 가족들은 자신들의 결정을 후회할 것”이라고 말해 자진 망명을 인정하는 모순된 발언을 했다.

한편 더 타임스는 태 공사가 탈출 당시 가족과 함께 주영국 한국대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신청하고, 영국 관리들이 서울행을 도왔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태 공사 가족 탈출 초기 영국 해외정보국(MI6)이 안가를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