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문가들 “가족 동반 없애고
공관 인원도 대폭 줄일 듯”
해외 각지에 검열단 급파도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망명 등 잇단 해외 고위층 탈북 소식에 위기감을 느낀 북한 당국이 강력한 체제 단속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향후 해외 비자금 라인을 대폭 손봐 압박 강도를 높여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의 이러한 조치들이 오히려 해외 주재원들의 불안감을 키워 탈북을 부추기는 등 역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소장은 19일 “태 공사의 탈북이 김정은(얼굴) 정권의 비자금 문제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 당국은 앞으로 자금관리 라인을 더 좁히고 직업외교관 대신 금융계통 전문가들을 해외 현장에 대체 투입하면서 자금 마련·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외교공관에 대해서는 인원을 대폭 축소하면서 보안 인력을 대거 해외에 파견해 외교관들에 대한 2중, 3중 감시망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태 공사와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최근 국내 귀순한 김성철 3등 서기관 모두 가족 동반으로 출국했고, 가족 관련 사유가 탈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북한 당국이 외교관의 가족 동반 제도를 손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외교관들이 탈출을 결심할 수 있는 이유는 동반하는 가족들 때문으로, 북한 당국이 2009년부터 시행해온 해외 파견 외교관 가족동반제도를 없앨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북한 당국은 해외에 파견된 고위층의 추가 이탈을 막고자 중국을 비롯한 해외 각지에 노동당과 내각, 보위성에서 조직된 검열단을 급파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외국 주재 외교관과 무역일꾼 가족들에 대해 본국 소환령을 내렸으며 탈북 소식에 격노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보안성·보위부 관계자들을 고사총으로 처형할 것을 지시했다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대응은 이미 오랜 해외 생활에 익숙해진 고위층의 민심 이반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잇단 탈북 소식과 본국으로부터의 압박 강화에 외국, 특히 서방에 있는 주재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고 전했다.

안 소장은 “북한에서 여권을 가지고 해외에 나간 사람들은 언제든지 탈북할 수 있는 ‘탈북면허’를 가진 사람들로 결정이 어려울 뿐 실질적으로 기회는 많다”며 “북한 당국이 압박 전략을 쓸 경우 이들 탈북이 단기적으로는 더 늘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