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샌드와 마차바퀴, 해저드 등에서 탈출하기 위해 제작된 콘케이브 클럽들. 가운데 구멍이 뚫린 클럽은 물속에 빠진 볼을 쳐내기 위한 것이다.

소더비의 골프채 경매품 가운데 특이한 아이언 하나가 있었다. 헤드 한가운데 둥그렇게 골프공 크기의 구멍이 뚫린 클럽이었다.

‘로이의 프레지던트아이언’으로 불린 이 클럽은 1880년 제임스 앤더슨이라는 장인이 만들었다. 스코틀랜드 로열 머슬버러 골프클럽의 열성적인 멤버였던 로이는 1879년 앤더슨에게 물속에서도 쳐 낼 수 있고, 샌드 용으로도 쓸 수 있는 클럽을 제작해달라고 요구했다. 세인트앤드루스 인근 앤스트루더 골프장의 장인인 앤더슨은 물과 샌드 겸용 클럽을 제작하는 방법을 골똘히 생각하다 기발한 착상을 했다. 가운데 구멍을 뚫으면 물과 모래의 저항을 받지 않고 볼만 쳐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헤드 가운데 구멍을 뚫었다.

앤더슨은 이 클럽이야말로 최고의 발명품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마침 5년 전 영국왕실협회(R&A)가 ‘냇가에 들어간 볼은 1벌타가 된다’는 새로운 룰을 발표했다. 벌타를 피하려면 골퍼들은 물속에서도 볼을 쳐내야 했기에 이 구멍 뚫린 클럽은 곧 최고의 인기를 구가할 것으로 기대됐다.

구멍 뚫린 채가 발명됐다는 소문이 퍼지자 골퍼들은 앞다퉈 주문을 했다. 앤더슨은 떼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이 클럽 제작에만 몰두했다. 단조 클럽으로 만들기 위해 쇠를 두드리며 제작에 몰두할 무렵, 필드에서 갑자기 나쁜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스코틀랜드 특유의 물이 고인 깊은 항아리벙커에서 이 클럽을 사용했던 골퍼들이 “볼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 나간다”고 불평했다. 구멍을 통해 저항 없이 물이 통과하는 것은 좋은데, 볼이 닿는 헤드 면이 너무 적어 정확한 가격이 힘들었던 것. 시타 용으로 6자루만 시중에 나온 상태에서 클럽 생산은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30대 중반에 모처럼 최고의 장인이 됨과 동시에 벼락부자를 꿈꿨던 앤더슨은 그만 좌절했다. 설상가상으로 세금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던 그는 화병으로 50세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 클럽은 후에 R&A의 수장에게 증정되면서 ‘프레지던트’ 클럽으로 불렸다. 아이러니하게 앤더슨이 남긴 클럽은 단 6자루였다. 구할 수 없는 희귀한 클럽이 됐고 오늘날 1자루당 2000만 원대에 이르는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