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앤드루 딕슨이 제작한 퍼터로 경매 사상 최고가인 2억 원에 팔린 세계에서 가장 비싼 클럽이다.

골프채 소더비 경매

오래된 ‘앤티크’ 물건을 대할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가격, 즉 ‘얼마나 비쌀까’다.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나무로 된 골프클럽은 얼마나 비쌀까. 골프채 가격을 확인하기 위해 소더비 경매장으로 들어가 보자. 2007년 9월 소더비 골프채 경매 사상 최대에 달하는 652자루의 나무 골프채가 한꺼번에 매물로 나왔다. 총 경매가는 자그마치 400만 달러(약 44억5000만 원)에 달했다. 소더비 측이 경매 주선으로 챙긴 커미션은 10억 원이 넘었다.

그 많은 골프채를 내놓은 사람은 그런데 단 1명이었다. 제프리 엘리스라는 골프용품 수집가였다. 미국 워싱턴주의 골프역사학자였던 엘리스는 30년 동안 수집해왔던 수많은 희귀 소장품을 하루아침에 경매에 내놓았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단순했다. 아내가 병에 걸린 데다 집을 떠나 있을 때 ‘혹시 불이라도 나지 않을까’ ‘도둑이라도 들지 않을까’하며 노심초사했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소장품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652자루의 나무 골프채 경매에서 앤드루 딕슨이라는 스코틀랜드의 장인이 만든 18세기 ‘롱 노즈’ 퍼터가 세계 최고가를 경신했다. 낙찰가는 18만1000달러(2억 원)였으며 익명의 한 수집가에게 팔렸다. 이전 최고가는 1999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진행됐던 크리스티 경매에서의 17만4900달러(1억9459만 원)로, 1780년에 제작된 퍼터였다. 두 번째로 비싸게 팔린 채는 아이언이었다. 역시 17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15만9000달러(1억7000만 원)에 낙찰됐다. 제작자는 미상이었으며 헤드 앞부분이 도낏자루처럼 생긴 ‘스퀘어 토 아이언’ 형태로 불리는 세계 최초의 아이언 중 하나였다.

이제 19세기 골프채로 넘어간다. 1820년에 제작된 톰 모리스 시니어의 드라이버 차례다. 17∼18세기와 다른 점은 일단 샤프트가 호두나무인 히커리였다는 점이다. 가격은 뚝 떨어져 1만 달러(1100만 원)에 낙찰됐다. 헤드 윗면엔 ‘T. MORRIS’라고 찍혀 있었고, 샤프트의 길이는 44인치였다. 당시의 드라이버는 샤프트 길이가 47인치까지도 있었다.

스코틀랜드인은 켈트 족의 후손으로 건장하고 키가 컸기에 21세기 드라이버만큼이나 긴 나무샤프트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드코스 클럽의 프로였던 톰 모리스가 만든 드라이버의 헤드는 특별했다. 훅과 슬라이스를 방지하기 위해 헤드 앞면을 안으로 파인 곡선으로 다듬었다. 또 헤드 앞부분의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양의 뿔을 깎아 헤드 밑바닥에 인서트를 끼워 넣었다. 헤드 무게를 조정하기 위해 헤드 밑면에 3개의 나사를 박아 넣은 것 등은 100년 뒤를 내다본 발상이었다. 부드러운 양가죽으로 감은 그립은 평생 보물로 간직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다.

아이언 클럽 중 페이스 면이 매끈하고 오목하게 파인 것들이 많은데, 이들은 모두 ‘콘케이브(Concave)’라 불리는 해저드나 샌드에서의 탈출용 레스큐 클럽이었다. 필드와 길거리의 구분이 없던 당시 교통수단이었던 마차의 바퀴 자국으로 파인 축축한 땅에 박힌 볼을 쳐내기 위한 것으로 요즘으로 치자면 하이브리드 클럽이다.

20세기 초로 넘어가면서 클럽은 기묘한 모양을 띠며 더욱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1300만 원에 낙찰된 자이언트 니블릭은 헤드가 15㎝에 달했다. 프라이팬으로 팬케이크나 피자를 뒤집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의 대형 헤드였다. 샤프트가 안 달렸으면 말발굽으로 사용된 연장이라고 우겼을 모양의 1000만 원대 말발굽 퍼터도 있었고, 페이스 면이 둥그런 작은 절구 모양의 퍼터도 나왔다. 아래가 톱니 모양을 한 삼지창 같은 모양의 퍼터 샤프트에는 ‘리스(LEITH) 1665-1753년 AD’가 찍혀 있어 왕실 클럽 장인인 앤드루 딕슨에 의해 만들어진 퍼터임을 알 수 있었다. 수백 자루의 나무골프채는 며칠간 그렇게 소더비에서 새 주인에게 팔려나갔다.

남양주골프박물관장

이미지 크게보기 맨 앞의 스퀘어 토 아이언은 1억8000만 원에 팔린 최고가 아이언이자 두 번째로 비싼 클럽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의 올드코스 헤드프로였던 올드 톰 모리스는 골프 클럽을 만드는 장인으로서 한평생 영국 골프의 발전에 이바지했으며 영국 골퍼의 아버지로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