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중국에서 우황청심환 재료로 인기를 끄는 소 담석. 뉴시스

소 담석으로 만든 우황청심환, 중국 내에서 뇌졸중 치료제로 인기
브라질, 호주, 미국 등 소 사육지에서 ‘담석 사냥’ 열풍


인구 대국 중국이 움직이면 전 세계 유통망이 흔들린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하는 기현상이 또 하나 추가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에서 중국에서 약재로 쓰이는 소 담석 가격이 금값이 2배까지 치솟으면서 밀수가 횡행하는가 하면 강도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브라질 남부 바레토스 지역에서는 무장 갱단이 농가에 침입해 소를 무단으로 도축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소 담석을 손에 넣기 위한 만행이다.

지난해 9월 우루과이에서는 300만달러(약 43억7490만원) 규모의 소 담석을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홍콩으로 밀수하려던 일당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호주 퀸즐랜드주의 도축장 직원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소 담석을 고무장화에 숨겨 훔친 사실이 들통나 체포되기도 했다.

담석은 소, 산양, 영양 등 반추류 동물의 담낭 속 질환으로 생기는 물질이다. 소의 담석은 약 100마리 중 한 마리 꼴로 자연 생성된다.

원래 남미 지역에서 소 담석은 모두 버려졌다.

그러나 최근 중국 브로커들이 소 담석을 수집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현재 남미에서 소 담석은 온스(약 28g)당 최고 5800달러(약 84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온스 당 금값이 410만 원 안팎임을 감안하면, 소 담석 가격이 금값이 2배를 넘어선 셈이다.

이렇다 보니 남미의 농장주들이 인위적으로 소에게 사탕수수를 사료로 먹여 소가 담석증에 걸리게 하는 꼼수를 쓰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소 담석은 ‘우황청심환’의 재료로 쓰인다. 특히 중화권에서 뇌졸중, 고혈압, 비만 등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약재로 사용된다.

이 때문에 소 담석은 대부분 홍콩을 통해 중국으로 수입되고 있다.

WSJ은 최근 중국에서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 환자가 늘어나면서 소 담석의 가치가 더욱 올라갔다고 봤다.

중국에서는 매년 10만 명당 178명이 뇌졸중으로 사망하는데, 이는 미국의 세 배가 넘는 수치다.

소 담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세계 최대 소고기 생산지인 미국 텍사스, 호주, 브라질 사바나 지역에서 ‘담석 사냥’ 열풍이 불고 있다.

홍콩은 2019년 7550만달러(약 1101억원) 어치의 소 담석을 수입했지만, 2023년에는 2억1840만달러(약 3185억원)로 세 배 이상 늘었다.

브라질은 2023년 홍콩에 담석을 가장 많이 공급했으며 전체 수출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했다. 호주,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미국, 파라과이가 그 뒤를 이었다.

환경 보호론자들은 야생동물 밀매 증가에 중국 전통 의학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소 담석을 채취하는 건 환경 보호론자들 사이에서 문제가 되지 않지만, 소 담석이 멸종 위기종의 특정 부위와 함께 거래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 뇌졸중 치료 약은 소 담석과 코뿔소 뿔의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