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美 민주 대선후보 공식 확정… 양당 첫 女후보 대기록

영부인·상원의원·국무장관
엘리트출신 경험 많은 베테랑

완벽한 이미지 되레 단점으로
인간미 부족 비호감 극복해야
퇴임 후 고액 강연료도 약점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민주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로 공식 선출되며 미국 역사상 주요 정당의 ‘첫 여성 대선 후보’라는 새로운 신화를 썼다.

지난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배하면서도 ‘유리천장에 1800만 개의 금을 냈다’는 평가 속에 정치 행보를 이어온 클린턴 전 장관은 자신의 저서 ‘살아있는 역사’처럼 여성으로서 미국 주요 정당의 첫 대선 후보를 넘어 첫 여성 대통령으로 가는 현재진행형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그러나 주류 엘리트 출신의 이미지, 부부 대통령에 대한 미국인들의 거부감에서 비롯되는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비호감도는 그의 대선 행보를 가로막을 복병으로 남아 있다.

26일 CNN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웰스파고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 행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대의원 공개투표인 ‘롤 콜(Roll Call)’에서 대선 후보지명 기준인 대의원 과반수 2383명을 확보해 ‘사실상’이란 꼬리표를 떼고 당의 공식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클린턴 전 장관의 민주당 후보 선출은 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장벽인 ‘유리천장’을 깼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1776년 7월 4일 독립을 선포한 미국 역사에서 지금까지 여성 대통령은 물론 여성 부통령도 나온 적이 없다. 또 미국의 양대 정당인 민주당과 공화당에서 여성 대선 후보가 지명된 적도 없다.

클린턴 전 장관은 ‘첫 여성 대선 후보’라는 상징적 타이틀 외에도 대통령 당선을 위한 다양한 이력을 갖췄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명문 예일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한 유명 변호사 출신인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 1993∼2001년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재임 당시 퍼스트레이디로서 국정을 간접 경험한 바 있다. 또 뉴욕주 연방 상원의원, 국무장관 등 정치와 국정에 대한 직접 경험도 쌓았다.

반면 이처럼 남 부러울 것 없는 ‘스펙’과 재산 형성 과정 논란 등에서 비롯되는 비호감은 그가 극복해야 할 장벽이자 단점으로 남아 있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민주당 전대를 앞둔 지난 16∼23일 전국 성인남녀 3545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비호감도는 57%를 기록했다. 퍼스트레이디 시절이던 1998년 67%의 호감도를 기록한 이후 그에 대한 비호감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보통 사람’을 추구하는 클린턴 전 장관의 이력은 오히려 주류 엘리트 계층에 해당하며 미국 금융권인 ‘월스트리트’와 특수관계라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또 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 퇴임 후 부부가 고액의 강연료를 받으며 각종 연설이나 강연에 나서 재산을 긁어모았다는 논란도 그에게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