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난 외조의 왕’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을 앞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농구경기장 ‘웰스파고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행사에 참석,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힐러리 전 장관을 전폭 지지해줄 것을 당부하는 연설을 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필라델피아 AP=연합뉴스)

적극 외조로 인지도 높였지만
‘性추문’ 공화 단골 공격 소재
말실수 잦아 걱정거리 될수도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26일 민주당 대선 후보에 공식 지명되면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퇴임 뒤 16년 만에 정치무대 전면에 다시 나서게 됐다. 클린턴 부부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부부 대통령이라는 꿈에도 한발 더 가깝게 다가가게 됐다. 이 때문에 이 ‘퍼스트 커플’이 선거 과정에서 어떤 궁합을 보여줄지가 선거 승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클린턴 전 장관이 당선되면 최초의 ‘퍼스트 젠틀맨’ 역할을 맡게 될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클린턴 전 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에게는 최대 정치적 자산이지만, 동시에 짐이기도 하다. 예일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만나 결혼한 클린턴 전 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에게는 남편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동지였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78년 아칸소 주지사, 1993년 제42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클린턴 전 장관에게 정치적 길을 열어줬다. ‘퍼스트레이디’로서 8년간 건강보험 개혁 등을 이끌면서 전국적 인지도를 확실히 쌓을 수 있었던 것.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1년 퇴임 뒤에는 클린턴 전 장관의 뉴욕주 상원의원 도전을 전폭 지지했고,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맞붙었던 클린턴 전 장관을 적극적으로 외조했다. 올해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도 일찌감치 클린턴 캠프에 합류, 별도의 지지 유세를 도맡았다. 1990년대 경제 호황과 함께 진보적 의제를 적극 밀어붙였던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인기는 민주당에서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에게는 ‘양날의 칼’이다. 재임 당시 백악관 여성 인턴과 연루된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 추문은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여성 표를 잠식하고 있고, 공화당의 단골 공격 소재가 되고 있다. 퇴임한 지 오래된 클린턴 전 대통령이 변화를 원하는 젊은 민주당 유권자에게 신선한 인상을 줄지도 미지수다. 오히려 ‘기성 정치인’ 느낌을 준다면 클린턴 전 장관과 맞물리면서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 지지자들의 불만을 다시 일깨울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말실수가 많은 편이라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앞서 클린턴 전 대통령은 최근 대선 유세 과정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미국 사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클린턴 전 장관에게 투표하면 자신도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의 “하나 값으로 둘(two for the price of one)”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된다면 빌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걱정거리로 등장할 것”이라면서 “빌은 뭔가 일을 하고 있지 않을 때는 말썽거리가 되곤 했다”고 전했다. NYT는 “클린턴 전 대통령은 최초의 전직 대통령 출신 퍼스트 젠틀맨으로, 대통령 배우자의 역할을 다시 만드는 역할에 완벽하게 딱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필라델피아=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