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州의원 4분의 1 차지
女주지사 6명·女시장 19%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여성으로는 미국 역사상 처음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에 공식 지명되면서, 미 연방의회와 주정부, 시장 등 미 정계의 ‘유리천장’(보이지 않는 차별)을 깬 여성 정치인들이 함께 주목받고 있다. 현재 미 연방 의회에는 하원 435명 중 84명, 상원 100명 중 20명이 여성이다. 전체 주의원 가운데서도 4분의 1은 여성이다. 현재 여성이 주지사인 주는 6개이며, 미 전체 도시 가운데 19%는 여성이 시장직을 맡고 있다.

현지 매체 복스(VOX)는 26일 미 연방 의회 내 최장수 여성 의원인 바버라 미컬스키(메릴랜드) 상원의원에 대해 “역사적 장벽을 부숴온 미컬스키가 클린턴을 지지했다”며 “클린턴 지지에 꼭 적합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미컬스키는 1971년 볼티모어 시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해 1976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 이후 5차례에 걸쳐 하원의원을 지냈다. 1986년부터는 상원의원 선거에서 내리 5선에 성공해 미 최장수 여성 의원으로도 등극했다. 빈곤층, 노인 등 미국 내 소수계 권익운동에 힘써 온 그는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처음 미국 헌법을 제정한 아버지들은 우리에게 훌륭한 시작점을 줬지만, ‘여성들이여, 우리 스스로 혁명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말라’고 말한 건 어머니들”이었다며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클린턴 전 장관의 아시아 정책통으로 불리며 아시아·태평양 코커스 의장직을 맡고 있는 주디 추(캘리포니아) 하원의원도 중국계 여성 최초로 하원에 입성해 유리천장을 깼다.

미국 정치권에 여성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1900년대 초부터다. 26일 뉴욕타임스(NYT)는 “클린턴이 오늘 하나의 유리천장을 깼다”며 이제까지 미국에서 유리천장을 깨고 역사를 세운 인사들을 소개했다. 1916년 미국 최초의 여성 연방 하원의원에 오른 저넷 랭킨(몬태나)이 미 여성 정치인 역사의 본격적인 시작점이 됐고,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1919년부터는 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여성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버사 란데스(시애틀)가 1926년 최초의 여성 시장에 올랐다. 이후 1931년 해티 와이엇 캐러웨이(아칸소)도 첫 여성 상원의원에 올랐지만 이는 죽은 남편의 임기를 채우는 데 그친 수준이었다. 스스로 힘으로 주지사에 당선된 것은 1974년 엘라 T 그래소(코네티컷)가 최초였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