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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헐값 마케팅 논란

李, 단순 바둑대회라 생각
‘기계에 맞선 인간 대표’
메가 이벤트라 판단 못해

구글 AI기술 전세계 과시
가만 앉아서 상품성 알려
“한판 100억 산정했어야”

9∼15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사진) 9단과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5차례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는 세계적 관심을 받으며 숱한 화제를 뿌렸다. 하지만 경기 결과나 이 9단이 보여준 뛰어난 실력과 상관없이, 결국에는 구글이 세계 최정상급 기사를 헐값에 마케팅에 활용한 셈이다.

이 9단은 바둑 인생을 걸고 알파고와 대결했다. ‘기계에 맞선 인간 대표’가 되면서 일반인은 감당 못 할 중압감을 느껴야 했지만, 받는 돈은 정신적 압박감에 한참 못 미친다. 알파고와의 대결을 수락하고 계약할 때 환율을 달러당 1100원으로 고정했다. 한 판에 3만 달러씩 5차전까지 대국료 15만 달러(1억6500만 원)를 받고, 한 번 이길 때마다 승리 수당은 2만 달러(2200만 원)다. 우승 상금 100만 달러(11억 원)는 1∼3국을 패했기에 날아갔다. 4국까지 이 9단이 확보한 금액은 1억8700만 원에 불과했다.

구글이 대회 운영에 들인 돈은 상금까지 합쳐 약 20억 원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구글은 대국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최소 1000억 원 이상의 광고 효과를 거둘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게다가 알파고가 1∼3차전을 따내자 구글은 자신들의 AI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과시할 수 있게 됐다. 알파고는 15일 대국이 끝난 뒤 한국기원에서 프로 명예 9단 단증까지 받는다.(오른쪽 사진) 가만히 앉아서 세계에 ‘상품성’을 알렸으니 마케팅 효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지난 11일 강민구 부산지법원장이 “한 판에 100억 원 이상의 대전료를 산정해야 했다”고 지적한 이유다.(문화일보 3월 11일자 5면 참조)

이 9단 측이 ‘헐값 계약’에 동의한 건 AI와의 대결에 흥미를 느꼈고, 바둑 대회로서는 우승 상금도 거액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파생시키는 ‘메가 이벤트’라고 생각하지는 못한 셈. 프로 기사는 팀에서 연봉을 받는 게 아니라 개인이 대회에서 따낸 상금으로 생활한다. 한국기원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상금 랭킹 1위 박정환 9단이 8억1300만 원, 2위 김지석 9단은 5억8000만 원을 벌었다. 이어 이세돌 9단(3억1800만 원)과 이동훈 5단(3억1300만 원)까지 4명만 3억 원을 넘겼고, 1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 기사는 전체 320명 중 14명뿐. 특히 랭킹 30위를 벗어나는 기사들은 대국료와 상금을 합쳐 연간 수입이 30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기에 도장을 운영하거나 해설자를 겸해야 한다. 역대 최고 상금 기록은 2014년 이세돌 9단의 14억1000만 원이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