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송재우 기자 jaewoo@

- ‘정보 주권’ 논쟁

전세계 하루 35억개 검색
거대 자본 지배적 사업자
문화·생활 등 맡기는 셈

지난 2005년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구글 등 미국 검색엔진의 프랑스 진출을 새로운 형태의 문화제국주의로 규정하고 유럽형 검색엔진 ‘콰에로(Quaero)’를 만들었다. 유럽은 이 프로젝트에 240만 달러(약 2900억 원)의 천문학적인 액수를 투자했다. 그러나 콰에로는 2013년 말 문을 닫았다. 독일은 독자적인 검색엔진 ‘테세우스(Theseus)’를 시도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일본의 ‘정보대항해(情報大航海)’도 마찬가지 운명을 걸었다.

15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인터넷 시대에 자국 검색엔진을 보유하려는 이유는 검색엔진이 해당 국가의 ‘정보(데이터) 주권’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자국 검색엔진을 보유하지 못한 국가들의 입장에서 구글의 검색시장 점유는 온라인에서 검색어로 표현되는 모든 정보가 고스란히 구글에 노출되고, 심할 경우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다.

‘빅데이터’로 불리는 이러한 정보들은 여러 가지 형태로 재가공돼 사용될 수 있다. 알파고가 학습한 바둑 기보 3000만 개는 오히려 약소한 편이다. 기업 등의 비즈니스 정보부터 주목받고 있는 정치인, 영화배우 등 사회·문화·경제 분야의 막대한 정보들이 구글의 데이터베이스(DB)에 축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자신들의 문화와 생활 그 자체를 다른 나라에 맡기는 셈”이라며 “2005년 당시 콰에로 프로젝트를 두고 유럽 일부에서 ‘문화영토 회복운동’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라고 말했다.

특히 구글은 효율적인 검색 알고리즘과 거대한 자본력, 압도적인 데이터 축적 등을 기반으로 검색엔진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의 위치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하루 35억 개 이상의 검색이 구글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190개 이상의 구글 로컬 버전이 다양한 언어와 문화에 맞춰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직 한국, 중국, 러시아 등만 자국 검색엔진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학습하는 구글의 ‘머신러닝’(기계학습)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의미다.

구글의 빅데이터 프로젝트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구글은 풍선을 띄워 오지에서도 인터넷을 가능케 하는 ‘프로젝트 룬’을 시행한 상태이며, 최근에는 알뜰폰 서비스인 ‘프로젝트 파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구글 피버’까지 가동한 상태다. 이를 통해 구글이 수집할 빅데이터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의 경우 네이버가 PC와 모바일 검색 양쪽 분야에서 7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다. 구글 검색의 점유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PC의 경우 2015년 1월 3.6%에 불과했던 구글의 검색 점유율이 지난해 말 7.8%까지 올라왔으며 모바일의 경우 다음과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