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GPU 무리없이 연결
의료·공공부문 적용 앞당겨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활약에는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도 톡톡히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구글은 클라우드의 재발견을 통해 짧게는 자사 관련 서비스의 시장 점유율을 상승시키고, 길게는 의료 등 공공 부문의 활용 시기를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1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구글의 이번 대국은 AI의 위력뿐 아니라 그 기반이 되는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의 능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은 경우의 수를 선별적으로 검색하는 데 1202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176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이용됐고, 알파고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은 이 CPU와 GPU를 무리 없이 연결해냈다는 평가다. 10만 개에 이르는 경우의 수를 순식간에 연산해낼 수 있는 슈퍼컴퓨터의 효과가 이 지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그동안 슈퍼컴퓨터가 사용된 체스나 퀴즈쇼와 달리 이번 이세돌-알파고의 바둑 대국은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를 활용한 최초의 이벤트라는 점에서 구글의 ‘속내’가 사실은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에 있다는 관측이 많다. 구글은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매달 60억 시간 이상의 유튜브 동영상을 재생하고, 4억2500만 명 이상의 지(G)메일 사용자를 확보하는 등 끊임없이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에 주력해왔다.

단기적으로 볼 때 알파고의 활약으로 자사 클라우드의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구글이 이 시스템을 임대 부문으로 확대해 시장 구도를 흔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구글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은 아직 자체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어 지난해 4분기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4위에 머물 정도로 그 역할이 미미한 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클라우드 컴퓨팅이 의료 등 공공 분야에서 더욱 폭넓게 쓰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