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묵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부 대회의실에서 전국 47개 지방관서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관장회의에서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금인상·성과평가 반대 등
‘밥그릇 지키기’ 파업에 혈안

노동약자 처우 개선엔 소극적
결국 비정규직 내모는 역할

“노조 기득권 중심으로 운영
다양한 형태 근로자 대변할
새로운 조합으로 재편돼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이 1900만 전체 근로자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한 채 특정 집단의 밥그릇 사수에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밥그릇 지키기가 노동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비정규직과 청년 등 다양한 근로자의 이해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노동운동을 재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주노총은 25일 노동개혁 저지를 위한 총파업 등 투쟁에 나선다. 한국노총도 이날 대표자회의를 열어 2대 지침 폐기를 위한 투쟁 계획을 논의키로 했다. 이처럼 노동개혁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양대 노총에는 2014년 기준 전체 임금근로자의 10.3%만이 가입해 있다.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89년의 경우 임금근로자 가입자가 19.8%에 달하던 노동조합 조직률이 27년 만에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이는 양대 노총이 늘어나는 비정규직과 무노조 사업장 근로자를 대변하지 못한 채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요새가 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고용노동부의 ‘전국노동조합 조직현황’ 자료를 보면 조합원 1000명 이상인 대기업 노조는 2014년 기준 전체 노동조합 5445개 중 236개(4.4%)에 불과하다. 하지만 조합원 수로 따지면, 전체 노조원 190만5000명 중 73.0%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조합원 1000명 이상 대기업 노조 소속 근로자는 10년 새 95만9000명(2004년)에서 139만474명(2014년)으로 43만1474명(10.6%포인트)이나 늘었다. 이렇듯 양대 노총이 갈수록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고 있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는 노조 조직률이 2%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상황이다.

양대 노총은 성과평가 반대와 임금인상 등 ‘기득권 지키기’를 위한 파업과 집회·시위를 불사해 왔다. 하지만 비정규직과 청년 등 노동 약자의 처우개선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한국지엠에서 벌어진 일이 대표적이다. 한국지엠의 생산물량이 크게 줄었지만, 노조는 사측에 상여금 700%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것과 임금인상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정규직 인건비는 10% 가까이 상승했다. 경영상태가 악화하자 사측은 고용조정이 어려운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 근로자 500여 명의 계약을 해지했다. 비정규직이 떠난 자리는 기존 정규직 근로자로 채워졌다. 한 노동 전문가는 “정규직 노조가 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면, 500명의 비정규직을 한 번에 내모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규직 노조는 말로는 비정규직을 보호해달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자신들의 처우 개선만을 관철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올해 1월부터 정년 60세 의무화 제도가 시행되면서 대졸 청년층의 취업 문이 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양대 노총은 임금피크제 도입에도 미온적이다. 지난 12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공공기관을 제외한 매출액 상위 2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현황 및 특징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179개사)의 51.4%만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했다. 상급단체가 없거나 복수노조인 사업장은 78%의 도입률을 보인데, 반해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은 40.7%·한국노총 소속 사업장은 58.8%의 임금피크제 도입률을 보이는 데 그쳤다.

지난 22일 정부는 신속한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완화를 위한 지침을 내놨다.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을 만들기 위해서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정년 60세 의무화 시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근로자 과반수 동의가 없더라도 임금피크제 도입 조항을 취업규칙에 반영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양대 노총은 사실상의 임금삭감이라며 지침 백지화를 위한 투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유규창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런 노동운동의 위기는 오래전부터 대두됐지만, 노조가 워낙 기득권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위기를 돌파할 비전과 철학을 갖지 못한 채 유지돼왔다”며 “비정규직 등 다양한 고용형태 근로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노동조합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