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가 가족 우선 채용 고수
25%는 인사때 노조 동의 필수
노조간부 117일 근무 열외도

한때 20%에 육박하던 노조 조직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가운데 대기업을 중심으로 노조가 고용세습과 인사경영 개입 등 기득권 지키기에 골몰하면서 다수 근로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25일 고용노동부 및 경영계에 따르면 한국노동연구원이 2013년 말 기준 유효한 727개 기업의 노사 단체협약 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합원 가족 우선 채용 201개, 특별 채용 20개 등 약 30% 기업의 단체협약에서 고용세습 관련 규정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체협약을 통한 우선·특별채용 규정은 헌법 제11조 평등의 원칙, 민법 제103조의 사회질서 위배,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 1항 및 직업안정법 제2조 차별에 해당해 원칙적으로 위법이지만 조사대상 10곳 중 3곳의 대기업 노조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퇴직노조원 가족의 우선 및 특별 채용을 통한 일자리 세습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경영진의 고유 권한으로 의무적 교섭대상이 아닌 인사·경영권에 관한 침해도 일상다반사다. 같은 조사에서 전직이나 전근 등 배치전환 시 노조 동의를 얻어야 하는 기업이 24.9%였고, 합병이나 양도 등 기업 변동 시 노조 동의를 필요로 하는 곳도 10.9%에 달했다. 현행법상 인사·경영권에 대한 노조 동의 규정은 시정명령 대상이 아니지만 경영상 신속한 의사결정을 어렵게 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일반노조는 교섭 준비를 이유로 교섭 7일 전부터 근무열외를 할 수 있는 단체협약을 통해 지난해 노조 간부 8명이 1인당 117일간 근무열외를 한 것으로 나타나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근로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조직된 노조가 집단이기주의로 오히려 기업과 다른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검찰은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을 우선 채용하라며 건설사 등 13개사 임직원들을 협박한 혐의로 민주노총 산하 타워크레인 노조 간부 15명을 기소하기도 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