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활력제고특별법(기활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이 조속한 시일 내에 국회를 통과하지 않으면 기업과 은행의 부실로 이어지면서 막대한 공적자금이 소요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내놨다.

공적자금은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동원해 기업 부실 등으로 촉발된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하는 자금을 말한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8일 내부자료를 인용, “외환위기 당시 은행이 부실화한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은행마저 부실해져 168조 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나 아직까지도 63조 원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며 “부실기업뿐만 아니라 정상기업의 자율적인 사업 재편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막대한 규모의 ‘제2의 공적자금’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게 내부 자료의 결론”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가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한 적은 많았지만, 이들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초래한 외환위기 당시처럼 공적자금 조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국내 주력 산업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새로운 성장 산업의 대두가 늦어지고, 세계 경제위기 여파 등으로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강조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