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와 노동개혁청년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6일 국회 정문 앞에서 노동개혁법안 처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 전반 위험신호 감지… ‘시스템 리스크’올 우려도

‘외환위기’ 구조조정 늦어 막대한 공적자금 쓴 경험

정부가 “기업활력제고특별법(기활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하지 않으면 막대한 공적자금이 소요될 수 있다”는 ‘최후통첩성 발언’을 내놓은 것은 현재의 세계 경제 상황을 그만큼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표현은 극도로 자제한다는 관행을 깨고, 내부 자료를 통해 현 단계의 세계 경제에 대해 ‘위기’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 경제를 둘러싼 ‘4대 리스크(위험)’로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약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 4대 리스크는 북한 4차 핵실험, 중국 경기둔화, 미국 금리 추가 인상, 저유가 등이다. 한국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전 산업 기준)은 2011년 12.6%에서 2012년 4.9%, 2013년 0.7%로 낮아진 뒤, 2014년에는 -1.5%로 추락했다. 중하위권(5∼30위) 대기업집단(그룹)의 평균 당기순이익도 2014년에는 적자로 전환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 3주체 중에서도 경제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기업에서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데도 국회가 기활법 통과에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에 경제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체제 위험)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국민 혈세(血稅)로 만들어지는 공적자금은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해 국민 경제 전체가 붕괴될 위험에 놓일 경우에만 조성의 ‘정당성’이 부여되는데, 경제활성화 법안 등의 국회 통과가 늦춰질 경우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내부 분석 자료를 통해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 기업의 구조조정이 적기에 진행되지 않아 막대한 규모의 공적자금을 조성한 사례가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외환위기 당시 ‘기업 부실→은행 자금 지원→은행 부실→대규모 공적자금 투입(168조 원 투입, 63조 원 미회수)’ 등으로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개혁 5법’도 원안대로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청년층 취업난이 매우 심각하고,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의 구조개혁 의지를 알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야 타협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