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네트워크가 발표한 경제자유지수에서 한국이 추락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노동규제다. 한국은 시장규제 부문에서 낮은 순위를 기록했고, 그 가운데 노동규제는 전체 157개국 가운데 143위라는 성적을 받았다.

15일 전문가들은 국내 노동 관련 규제가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한 관료주의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법률, 규칙 등의 규제를 통해 손쉽게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과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공무원들의 잘못된 인식이 ‘규제 만능주의’를 낳았다는 것이다. 규제 입법 절차도 단순화되면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규제에 대한 영향 평가도 없이 손쉽게 규제를 법제화하는 것도 문제다. 이 중 노동부문은 정치권과 결탁한 노동계의 압력이 정부 정책으로 나타나며 자유시장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장은 “기업의 자유로운 선택을 차단하는 규제를 통해 노동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규제 만능주의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정부의 노동시장에 대한 낮은 이해가 낳은 규제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정규직에 대한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비정규직 중 40%는 앞으로 더 나은 직장, 혹은 원하는 시간대 근무 등을 이유로 인해 자발적 선택을 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정부나 노동계는 이를 부정적인 것으로만 인식해 비정규직을 무조건 없애야 한다는 방향으로만 정책을 생산하고 있다는 게 경영계의 입장이다.

파견근로제도 우리나라는 법률상 허용되는 것만 적시하는 이른바 ‘포지티브 방식’(원칙 금지·예외 허용)의 규제를 채택하고 있다. 시장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정해놓은 경계선 내에서 기업들이 활동해야 하는 통제 방식을 쓰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규제개혁을 하겠다며 이 같은 포지티브 방식을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 허용’이라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노동 분야는 예외다.

변 실장은 “노조 편향적 규제들은 결국 강성노조 득세의 원인이 됐다”며 “노동시장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가 없으면 병폐는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