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고차방정식을 1·2차원 단순비판…연연할 필요 없어”

사드·AIIB 가입문제 관련 ‘적극성 없다’비판에 날세워
언론·전문가 조언·비판에 외교관 답지않은 감정대응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30일 재외공관장회의에서 밝힌 공개 발언이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일국의 외교부 장관의 말이라고 믿기 힘든 말이 이날 쏟아져 나왔다.

외교전략의 측면에서나 대국민소통의 측면에서나 부적절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온갖 현안에 대한 외교부의 대응에 비판적인 전문가들뿐 아니라 언론, 부처 내 다른 목소리를 내는 당국자들을 겨냥한 ‘선전포고’ 뉘앙스마저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평이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다. 가장 심각한 대목은 정부와 윤 장관의 외교전략은 모든 측면에서 잘되고 있는데 “고뇌가 없는 무책임한 비판”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윤 장관이 표명한 입장들은 외형상으로는 그럴싸한 명제들이 나열돼 있다. “국익 관점에서 옳다고 판단하면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의연하고 당당하게 우리 입장을 설명해야 한다” 등이다.

문제는 뒤집어놓고 보면 윤 장관의 입장과 다른 전문가·당국자·언론들은 모두 잘못된 길을 가면서 국민을 오도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한국 외교를 걱정하고 조언하는 집단의 비판에 감정적 대응을 한 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언론 및 여론과 소통하지 않고 ‘마이웨이’ 식으로 밀고 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도 분석된다. 이는 외교부는 물론 외교안보 부처 상호 간에도 그동안 윤 장관과 다른 의견이 존재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간단치 않게 들린다. 윤 장관과 외교당국에 비판적인 그룹을 겨냥해 윤 장관은 “고난도 외교 사안의 고차방정식을 1·2차원적으로 단순하게 바라보는 태도” “고뇌가 없는 무책임한 비판” 등이라고 평가했다.

외교부나 정부당국자들은 고차원적인 노력을 하는데 단순하고 고뇌 없는 언론과 전문가들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는 의미다. 비판그룹과 소통할 필요가 없다는 자만감도 보인다. 윤 장관의 이 같은 논리는 ‘비판 언론=국익 저해세력’이라는 등식을 가정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이날 연설이 재외공관장 183명 가운데 175명이 참석한 공개석상에서 진행됐다는 점도 간단치 않은 사안이다. 고국을 찾은 공관장들에게 장관이 앞장서 ‘언론 무시론’을 폈다는 점에서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장관의 거친 발언은 외교안보를 걱정하는 언론과 전문가 집단의 조언을 무시하겠다는 의미로도 들린다”며 “하소연하는 범위를 넘어 이들에 대한 선전포고로 들린다”고 비판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