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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대출’ 제2금융권 비중
46.2%로 역대최고치 기록
원리금 압박에 침체 가속화

가계가 생계비 마련을 위해 빌린 대출 중에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고치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제2금융권의 생계형 대출은 은행 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이자율이 높아 원리금 상환 부담 가중과 가계 부채의 질 악화가 우려된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급증한 가계부채가 한국 내수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경고해 가계부채 악화에 따른 경기 부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현재 은행과 제2금융권 등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총액은 746조4937억 원으로 전년동월대비 8.9% 증가했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한은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 부동산 활성화 대책 등의 영향으로 전년동월대비 10.5% 증가했다.

기타대출은 6.5% 늘었다. 기타대출은 마이너스 통장 대출과 예금·적금담보대출 등 가계가 생활비 마련을 위해 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실상 생계형 대출로 간주된다.

문제는 제2금융권에서 기타대출을 받은 액수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은행 기타대출은 전년동월대비 1.7% 증가에 그친 데 반해 제2금융권 기타대출은 무려 12.6%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기타대출 중 제2금융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46.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저소득층이 최근 지속되는 경기 부진에 생활비 마련을 위해 제2금융권의 문을 두드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타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는 가계의 원리금 상환 압박을 높여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OECD도 한국의 가계부채가 소비와 투자를 막아 경기 하락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OECD는 최근 ‘한국의 높은 가계부채에 대한 논의’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7∼8%에서 위기 이후 3∼4%로 둔화됐음에도 가계부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높은 가계부채는 거시 경제적 안정성을 낮추고, 경기 침체 가능성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OECD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포인트 늘어나면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10%에서 40%로 증가한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은 2006년 이후 이자상환 부담이라는 부정적 영향이 부채의 유동성 효과(소비 증가)보다 커진 상태”라며 “결과적으로 가계부채가 민간부문 소비 증가를 막는 요인 중 하나가 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점을 이유로 가계부채가 금융시장에 심각한 역풍이나 위험이 되지 않도록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가계 부채 위험을 낮추기 위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저소득층 부채를 재조정하는 정책과 함께 금융 기관의 건전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라고 조언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