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에 대한 졸속입법·위헌성 논란에도 시행에만 몰두하고 있어 각계의 위헌 여론을 무시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권익위는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법안을 토대로 시행을 준비 중이며, 이에 따른 인력과 예산을 요구할 계획이다. 청와대도 김영란법 통과를 찬성하는 국민여론이 높다는 점만 의식해 법 시행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김영란법은 국회 논의를 거쳐 통과된 것으로 행정부 입장에선 법률이 혼란 없이 안정적으로 집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개정 직후부터 여야를 막론하고 졸속입법을 인정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권익위도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13년 8월 권익위가 국회에 제출한 것과 달리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이 포함된 것에 대해 이 위원장은 “즉답하기 어렵고 좀 생각해 봐야 하고 정부안에 담긴 내용이 법안심사 과정에서 확대됐기 때문에 그 부분은 특성들을 살려서 따로 규정을 둘지 어떨지는 좀 더 연구해 봐야 한다”고 답했다.

국회에서 법 통과 직후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이 법의 제정이 우리 사회에서 부정청탁을 포함한 부정부패와 그동안 적폐가 획기적으로 근절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히는 등 여론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영란법은 향후 법제처 심의와 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재가, 관보 게재 등의 절차를 거쳐 오는 2016년 9월 시행에 들어간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