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을 입법·사법·행정부에 이어 ‘제4부’라고 부르는 것은 언론이 권력의 독단적 행사를 견제·비판하는 역할과 기능을 갖기 때문이다.

권력이 끊임없이 언론을 권력의 품으로 끌어당기기 위해 회유하고 때론 겁박해 왔던 사실은 역사가 말해준다. 언론이 ‘제4부’로서의 자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수적이다. 헌법에 ‘언론의 자유’가 명시된 것은 권력의 횡포와 독단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권력 중에서도 비대해지고 무소불위한 것처럼 군림하는 국회를 감시·견제할 수 있는 가장 큰 임무는 민주사회에서 언론에 부여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국회가 제정한 법의 시행으로 언론 활동이 위축된다면 그 법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악법’으로 기록돼야 할 것이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이 애초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 제정 과정에서 왜곡되고 그 결과 언론의 취재활동에 심각한 제약이 생긴다면 그 법은 있으나마나한 법이라는 뜻이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현재 국회의 입법권을 실시간으로 감시·제약할 수 있는 것은 언론밖에 없다”며 언론 기능 제약 불가론을 펼쳤다. 그럼에도 불구, 국회는 적용 대상에 언론인을 포함시킨 김영란법을 통과시켰다. 국회의원들 스스로 김영란법이 처리된 다음날부터 ‘과유불급’이었다고 토로하는 상황이다. 과거 성매매방지특별법처럼 입법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형해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영란법의 통과로 여야 정치권의 ‘교묘한 언론탄압’ 의도가 일단 성공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취재활동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게 될 언론 기능의 약화로 의회는 더 많은 일탈과 입법독재의 기회를 갖게 됐다. 졸속 처리된 김영란법을 토대부터 다시 뜯어고쳐야 할 이유다.

허민 정치부장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