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테러 이후 현장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조찬강연회 때 앉았던 헤드테이블. 이주영 (오른쪽 세 번째) 새누리당 의원 등 조찬강연회 참석자들이 리퍼트 대사가 흉기로 공격을 당했을 때 흘린 핏자국을 지켜보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

테러발생 등 北위협 엄중·심각
美, 對中 ‘시각 일치’ 요구할듯

“美에 강한 목소리 내야할 때
무척 미안한 상황발생…유감”

韓美 ‘키리졸브’예정대로 진행

이미지 크게보기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부인 로빈 리퍼트(오른쪽)가 남편이 1차로 응급치료를 받았던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병문안을 마친 뒤 돌아가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 가해진 사상 초유의 테러가 벌어지면서 한·미 관계는 더욱 냉랭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우선 이번 테러가 일부 종북세력에 의해 자행된 점을 미국 측에 설명하고, 미 측도 이를 이해하고 있지만 외교사절을 보호해 주지 못한 주재국 정부로서의 외교적·도의적 책임을 거론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가뜩이나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과거사 관련 발언으로 한·미관계에 균열 조짐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관계가 더욱 서먹서먹해질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외교의 ‘중국 경도론’을 경계하면서 대북 정책에 대한 ‘인식 공유’를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이 더욱 강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으로서는 주한 미국대사가 종북 세력에 테러를 당할 정도로 북한 위협이 엄중하고 심각한 상황에서 대중국 외교와 대북 인식에 대해 더욱 미국과의 일치된 시각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중국을 의식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나 한·미·일 정보공유약정 문제에 대해 주춤했던 모습을 문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사드 문제를 놓고 더 이상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60년을 넘게 이어온 한·미동맹의 튼튼한 토대를 감안하면 이번 사건의 파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정부 차원으로만 보면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도 이 문제를 개인의 돌발행동으로 간주해 확대하지 않고 되도록 빨리 봉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셔먼 정무차관의 발언으로 미국 정부에 목소리를 낼 기회를 상실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에 강한 목소리를 낼 상황에 우리 정부가 미국에 대단히 미안해해야 할 상황이 발생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가뜩이나 대미 외교에서 일본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 내 이미지가 추락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테러 사건을 계기로 대미 외교 실패로 궁지에 몰린 정부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심기일전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테러 사건의 용의자가 ‘한·미 전쟁연습 반대’ 구호를 외쳤지만 한·미 연합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연습’을 예정대로 진행된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