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임명장 받은 이완구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준 뒤 기념촬영을 하기 전 잠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해수 유기준, 국토 유일호
친박계 현역의원 내정통해
이완구내각 빠른 안정 도모
국정운영 동력 회복 기해

비서실장‘쇄신카드’남겨둬
막판까지 민심 달래기 고심

박근혜 대통령이 설 연휴(18∼20일) 전날인 17일 해양수산부·국토교통부·통일부 장관 등 일부 개각을 단행한 것은 이완구 신임 국무총리 취임을 계기로 내각을 조속히 안정시킴으로써 약화한 국정운영 동력을 다시 회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취에 대한 결론을 설 연휴 이후로 미룸으로써 인적 쇄신의 마지막 카드를 남겨놓았다.

청와대 문건 유출 파동 등으로 촉발된 인적 쇄신의 최종판은 박 대통령의 취임 2주년(25일)이 들어 있는 다음 주 중 드러나게 되는 셈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 총리의 제청을 받아 신임 장관 내정자를 확정, 발표했다.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은 반드시 대면 보고를 통해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이 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11시 국무회의에 앞서 별도 환담 시간을 가짐으로써 정식 제청을 받고 발표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박 대통령이 김 실장 후임자 결정을 뒤로 미룬 것은 단지 내각 개편만으로는 돌아선 민심을 잡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인적 쇄신과 관련, 국민들 머릿속에 뚜렷하게 각인될 만한 ‘한 방’을 내놓을 가능성이 주목된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새누리당 안팎에선 박 대통령이 설 연휴 동안 마지막 장고를 거쳐 내놓을 새 비서실장은 지금까지 거론됐던 인사들이 아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실 개편 등에 앞서 장관 인선 결과를 서둘러 발표한 이유는 이 총리 취임에 맞춰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을 조기에 안정시켜야 한다는 다급한 마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임기 반환점을 도는 집권 3년 차이자 전국 단위 선거도 없는 올해에 경제 활성화와 구조 개혁 등 주요 국정과제를 힘 있게 밀어붙여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박 대통령이 해수부 장관에 유기준 새누리당 의원을, 국토부 장관에 유일호 의원을 각각 내정하는 등 친박(박근혜)계 현역 의원들을 발탁한 것도 내각의 조기 안정을 기하려는 의도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총리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역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인사청문회에 강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 총리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마치 의원내각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여당 의원들을 내각에 집중 포진시키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더욱이 유기준 의원은 박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유일호 의원은 대통령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인사들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취임하면 별도로 ‘코드’를 맞추는 과정이 필요 없는 인사들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들을 기용함으로써 자신의 국정철학에 따라 산적한 현안들을 해결하고 주요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것을 꾀할 수 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