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40계좌 368억원
회원권 사용현황도 파악 못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공기업들이 수백억 원에 달하는 골프회원권을 구입해 보유하고 있지만 사실상 거의 사용하지 않는 등 관리실태가 엉망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보유 중인 상당수 골프회원권의 현재 시가가 매입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방만 경영이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이학영(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위원회 산하 11개 금융공공기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융공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는 골프회원권은 전국 35개 골프장에 총 40계좌, 매입금액 기준으로는 36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28개의 골프회원권은 경기 지역 소재였으며 나머지는 부산(2개), 전남(2개), 충북(1개), 경북(1개), 제주(1개) 등이었다.

골프회원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관은 기업은행으로 전국 19개 골프장에 16계좌를 보유했으며 매입가격 기준으로는 114억 원에 달했다. 다음은 한국거래소와 거래소 자회사인 코스콤으로 매입가격이 101억여 원이었고, 산업은행은 매입가격이 75억여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각 기관이 밝힌 골프회원권 보유 목적은 대외 협조 또는 영업·마케팅 활용 등이었으나 대부분의 기관이 임직원의 회원권 사용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등 회원권 관리가 사실상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회원권 대부분의 현재 시가 역시 매입가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주택금융공사가 19억9100만 원에 사들인 2개 골프회원권의 현재 시가는 매입가 대비 12억 원이나 하락했는데 이 기간의 사용 횟수는 고작 12차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주택금융공사는 방만 경영 정상화 계획에 의해 보유 중인 골프장 회원권을 매각할 예정으로, 결국 한 차례 골프를 치는 데 1억 원을 지불한 셈이 됐다.

더불어 정책금융공사, 기술보증기금 등도 비싼 값을 주고 골프회원권을 구매했지만 최근 5년간 사용 실적이 각각 17건과 12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의원은 “영업활동을 위해 골프회원권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기관은 골프회원권 보유의 의미가 없다”며 “영업활동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보유 실익이 없는 골프회원권은 모두 매각해야 하며 보유 회원권에 대한 관리도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