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창당 민노당이 前身
종북성향 ‘NL’ 주도권 잡아

통합진보당은 19일 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에 “끝까지 투쟁”을 외치며 대규모 거리 투쟁에 나섰다. 선고 전날부터 비상체제를 가동하며 사실상의 ‘불복운동’에 들어갔던 통진당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진보당 강제해산 반대’ 기자회견을 하는 등 이념대결에 불을 붙이려는 모습이다.

통진당은 2000년 창당한 민주노동당이 전신이다. 민노당은 17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10석, 19대 국회에선 13석을 차지하며 원내에 진출했다. 민노당 창당 이후 두 차례에 걸친 분당 끝에 2011년 11월 창당한 통진당은 종북 성향의 민족해방(NL)계가 주도권을 잡았다.

법무부가 헌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창당된 민노당에서 주사파 세력들이 민노당의 이른바 민중민주(PD)계 세력들을 누르고 당을 장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주사파 세력이 2001년 ‘군자산의 약속’을 통해 합법 정당운동을 결의한 뒤 통진당의 전신인 민노당을 장악해 갔다는 것이다. 이후 몇 차례 이합집산이 있었지만 민노당, 통진당의 중심이 주사파 세력이었다는 건 변함이 없었다는 게 법무부의 판단이었다.

통진당 해산에 결정타를 가한 것은 이석기 의원 등 통진당 핵심 세력의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구성 및 내란음모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이석기 의원 등 RO의 주요 구성원이 통진당에서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만큼 RO와 통진당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통진당의 북한 추종 강령 등도 정당해산의 결정적 사유가 됐다.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한다’ 등의 통진당 강령이 북한의 고려연방제 통일 방안과 유사했고, 또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자주적 민주정부’라는 통진당 강령도 특정계층만을 국민으로 생각해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것이 법무부와 헌재의 판단이었다.

여기에 김선동 의원의 국회 본회의장 내 최루탄 투척, 2012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 과정에서의 경선 부정 사례 등도 대표적인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 사례로 지적됐다. 비례대표 부정 경선 등으로 정당사에서도 큰 흠집을 남겼다.

전문가들은 비례대표 부정선거를 기점으로 통진당은 과거의 민노당으로 돌아갔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시기 민노당 시절 이적 행위를 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통진당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