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정당해산심판 청구 사건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것은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제기됐던 정당해산 청원이 실제 청구로 이어지지 않고 있었지만, RO의 내란음모 혐의 수사와 이석기(52) 의원 구속 이후 정당해산 청구에 대한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단체는 지난 2004년, 2011년, 2012년 등 세 차례에 걸쳐 법무부에 민노당과 통진당 정당해산 청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당시 법무부는 자료 검토에만 그쳤을 뿐 헌재에 정당해산을 청구하지 않았다. 보수단체들은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해 4월 다시 법무부에 정당해산 청원을 했다. 이들은 “통진당 강령에 나오는 ‘민중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 ‘일하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민주정부’ 등은 대법원에서 이적(利敵)이념으로 규정한 인민민주주의, 민중민주주의를 위장된 형태로 표현한 것”이라며 “김정일 사망 애도 성명 발표, 키리졸브 훈련 비판 등도 역시 헌법을 위반하고 있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법무부가 본격적으로 통진당 해산 청구를 검토한 것은 같은 해 8월 RO 사건 수사가 시작되면서부터다. 2012년 국회의원 총선거 직후 부정경선 논란으로 통진당이 분당 사태를 겪은 데 이어 현역 의원이 포함된 조직의 내란음모 혐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정당해산 청구도 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진 것이다. 통진당이 분당되면서 민족해방(NL)계열만 당에 남아 있는 점도 해산 청구를 적극 검토하게 된 원인 중 하나였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