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마침내 수호할 수 있게 됐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내려지자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주변에선 희비가 엇갈렸다. 재판부의 결정을 기다리며 통진당 해산 구호를 외치던 보수단체 회원들은 헌재 결정이 알려지자, 손에 쥔 태극기를 좌우로 흔들면서 ‘우리가 대한민국을 지켜냈다’며 얼싸 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애국가를 따라 부르며 “민주주의를 마침내 수호했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반면 통진당 당원들은 정당 해산 소식이 전해지자 할 말을 잃고 한동안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당원들은 “오늘의 결정을 반드시 천 배 만 배로 되돌려 주겠다”면서 박근혜정부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치보복 사법 처리를 규탄한다”면서 “오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죽었다”며 헌재 결정을 비난했다.

이날 헌재 결정이 내려지기 1시간여 전부터 통진당의 해산을 촉구하는 보수 시민단체와 이를 반대하는 진보단체가 헌재 주변에 몰려들어 각각 집회를 개최해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어버이연합, 자유청년연합,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등 보수 성향 단체 소속 회원 500여 명(경찰 추산)은 이날 재동 로터리 인근 한 주유소 앞에 모여 “종북정당인 통진당을 해산시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마이크를 잡은 한 보수단체 회원은 “역사와 국민과 헌법의 명령인 ‘통진당 해산’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재판부의 결정이 진행되고 집회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보수단체 회원들 일부가 헌재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또 시위 과정에서 일부 진보·보수단체 회원 간 몸싸움이 발생해 한때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헌법재판소 주변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기동부대 등 12개 중대 1500여 명의 경찰 병력이 배치됐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