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수출 타격 심화 전망
기준금리 추가인하 필요성 대두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의 자민당 압승으로 아베노믹스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결과로 앞으로 엔저 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 경제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1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이번 중의원 선거는 사실상 아베노믹스에 대해 재신임을 받기 위해 치러진 것인데 압승을 거둠에 따라 상당 기간 동안 엔화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현재 달러당 120엔 수준인 엔·달러 환율이 내년에는 130엔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오 회장은 “이처럼 엔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원·엔 환율은 내년에 800원대 중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럴 경우 국내 수출 기업들을 중심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부문장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역시 일본의 통화완화 정책에 따른 엔저 가속화”라며 “현재까지는 일본 기업들이 수출 제품의 달러 표시 가격을 내리지 않았지만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결국 수출 가격이 하락하면서 국내 경쟁 기업들의 피해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더욱 굳건해진 아베노믹스 여파로 국내 경제에 빨간불이 켜짐에 따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 회장은 “현재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도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환율전쟁에 뛰어들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정책당국이 지나치게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자칫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놓치거나 환율 정책에 실패할 경우 우리나라는 글로벌 환율 전쟁에서 패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아베노믹스가 새로운 추진 동력을 얻게 된 만큼 이에 따른 일본의 산업 수요를 한국 업체들이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로 코트라는 자민당이 이번 총선에서 내건 공약 내용에 따라 앞으로 일본에서 에너지 관련 품목과 건설 관련 산업, 각종 인프라 대책 등의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에 국내 관련 업계도 이를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최근 엔저 및 한·일 관계 경색 등으로 한·일 간 교역이 악화일로에 있다”며 “일본의 경제정책 변화에 대해 새로운 수요나 시장을 사전에 파악해 양국 간 비즈니스 활성화에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철·박준희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