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종전 70주년인 내년에 총리 명의의 담화를 내고 ‘전후 체제 탈피’를 선언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선거 결과가 확정된 14일 밤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해 내년 8월 15일 패전일 전후에 발표할 예정인 총리 담화와 관련해 “과거의 전쟁에 대한 반성과 전후의 행보, 일본이 앞으로 어떤 길을 나아갈 것인가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이 전후 교전권을 포기하고 평화국가의 길을 걸어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앞으로는 패전국이 아닌 ‘보통국가’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NHK 방송에서도 “경제를 최우선으로 삼아 노력하는 동시에 일본의 지위를 높이고 국익을 지키는 외교도 진행하겠다”며 해외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적극적 평화주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시사했다.

아베 총리가 새 담화로 식민 지배에 대해 사죄한 무라야마(村山) 담화를 사실상 무력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국회에 출석해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계승하지는 않겠다”거나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는 등의 발언을 해 국제적 파문을 일으켰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아베 총리는 지난 1일 여야 8당 대표 토론에서 “내년 전후 70주년을 맞아 정권 차원에서 과거의 전쟁에 대한 반성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 후에 (새로운)담화를 발표하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선 전쟁의 원인이 어디에 있었느냐 하는 것에 대해 역사가에 맡길 수밖에 없다”면서 일본의 전쟁 책임에 대한 반성에 대해서는 분명한 사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