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승자 아베 신조(오른쪽)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주요 당직자들과 함께 후보자 이름이 적힌 게시판 위에 당선을 의미하는 꽃을 붙인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과반수를 넘는 291석을 확보하며 압승을 거뒀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원칙에는 단호해야 하지만 출구전략 마련해야” 지적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자민당이 14일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하자 청와대와 외교부 등 외교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과거사 및 영토 도발을 국내 정치에 활용해온 아베 총리가 장기집권 체제를 굳혀가면서 평화헌법 개정, ‘무라야마(村山富市) 담화’ 무력화 등 우경화를 가속화할 가능성 때문이다. 정부는 과거사 반성이 없는 아베 정권과의 무리한 관계개선을 피하면서도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한 단호한 대응 기조는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정부 당국자는 1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사 문제는 단호하게 대응하고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 경제 문화 등에서 호혜적으로 협력해야 할 부분은 과거사 문제와는 분리해서 대응한다는 기존의 틀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전문가들 사이에는 아베 정권이 한·일 관계의 핵심 사안인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돌파구를 먼저 제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최근 일본 내 여론이 악화하면서 아베 총리가 한·일 관계 개선으로 얻는 정치적 이익이 더욱더 줄어들어 위안부 문제는 일본 외교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진 센터장은 “더욱이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의 해결에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일 관계 50주년인 2015년을 맞아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제의한데 따라 정부는 이를 위한 3국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일 관계가 국내정치와 연동돼 있는 현실에서 자칫 섣부른 정치적 결단에 따른 정치적 위험성을 경계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이주흠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초빙교수는 “원칙에는 단호하되 출구도 시야에 두며 문제를 다뤄야 하며, 이를 위해 양국 외교당국은 긴밀한 연락 체제를 운영하며 함께 상황을 관리하고, 필요하면 선제적으로 국내 여론의 이해도 얻어 갈등이 관리 불능에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에는 민감한 현안을 둘러싼 한국의 강경 기조에 정면대응을 자제하는 경향을 보였던 일본이 앞으로는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이 정치적 유연성을 가지고 한·일 관계 개선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패자 14일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낙선해 의원직을 잃게 된 가이에다 반리 민주당 대표가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이미지 크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