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14일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장기집권 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무투표 추대된 후, 다음 총재 선거 및 중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2018년까지 정권을 유지할 전망이다.

경기 침체, 각료 정치자금 문제 등으로 흔들리던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로 국민의 재신임을 얻고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양적 완화를 통한 엔화 약세 유도 정책, 집단적 자위권 행사 계획 등 주요 경제·안보 정책들이 동력을 얻게 됐다. 아베 총리는 24일 열리는 특별국회에서 총리로 지명된 뒤 새롭게 출범하는 제3차 내각에서 기존 각료를 모두 유임시킨다는 방침을 정했다. 기존의 정권 운영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우선 아베 총리가 ‘역사적 사명’으로 꼽는 헌법개정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아베 총리는 14일 TV아사히(朝日) 인터뷰에서 “헌법 개정에 대한 국민적 이해가 깊어지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기본적으로 (의석) 3분의 2보다도 국민 2분의 1의 이해를 얻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대 최저 수준의 투표율, 진보야당 공산당의 약진 등은 아베 총리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선거 투표율은 52%로 지난 2012년 중의원 선거의 59.3%보다 낮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안 야당의 부재로 갈 곳을 잃은 표심이 기권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정권의 주요 정책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제시한 군소야당 공산당은 의석수를 두 배 이상으로 불렸다. 공산당은 1996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하는 등 비례대표 의석수 포함 총 21석을 확보해 선거 이전의 8석에 비해 크게 성장했다. 아베 총리의 숙원사업인 후텐마(普天間) 미군기지 이전 계획이 추진되는 오키나와(沖繩)현에서 자민당 후보가 전패한 결과도 뼈아프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