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근로자의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비효율적 임금체계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통상임금 확대와 근로시간 단축, 60세 정년 의무화 시행 등 노동시장이 큰 변화에 직면한 만큼 강한 연공성 등으로 인한 임금체계의 동맥경화를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은 연공성(근속연수가 높아지면 임금도 자동으로 높아지는 성향)을 보인다. 1년 미만 신입사원이 매달 100만 원을 받는다면 20∼30년 차 직원의 임금은 313만 원으로 신입의 3배가 넘는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들은 1.1배∼1.9배로 우리나라보다 격차가 작다. 일본 역시 2.41배로 우리나라보다 현저히 낮은 연공성을 띤다. 연공성이 높은 만큼 근로자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생산성 향상과 무관하게 기업이 지급해야 하는 인건비는 빠르게 증가한다. 이런 임금 경직성은 대기업일수록 강하다. 우리나라 전체 300인 이상 사업장 중 90.4%가 정년제를 유지하고 있다. 100∼299인 사업장은 82.5%, 30∼99인 사업장은 61.3%다.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가면 이 비율은 18%까지 떨어진다. 경직된 임금체계를 가진 대기업은 자연스럽게 신규채용을 꺼리는 대신 비정규직 노동력을 확대하려 한다. 생산성 대비 높은 비용을 초래하는 고령자 채용도 꺼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2016년 60세 정년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임금체계 개편 없이 정년이 늘어날 경우 좋은 일자리가 더욱 줄고, 청년·고령자 취업난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유규창(경영학) 한양대 교수는 “직무급(일의 가치에 따라 기본급여가 결정되는 임금체계) 도입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임금체계”라며 “특히 비정규직, 고령화,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 등과 같은 한국사회의 노동현안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연공성이 강한 현행 임금체계는 1960년대부터 자리 잡기 시작했다. 고도성장기에는 일자리가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에 부작용이 크지 않았다. 종신고용을 전제로 모든 직원을 자유자재로 전환 배치하는 것은 오히려 인력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저성장기에 접어든 현재는 일자리가 부족하고, 종신고용 개념도 약해졌다. 1987년 민주화 운동으로 근로자 임금이 대폭 올랐고, 국제경쟁은 치열해졌다. 이런 대내외적 환경 변화는 임금체계의 전면적인 수술을 요구했으나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고성장기의 임금체계를 손질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6년부터 기업 정년이 60세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과 근로시간 단축 움직임은 단기간에 대폭의 인건비 상승을 유발하는 뇌관으로 남아 있다. 통상임금 확대로 제조업의 경우 12% 정도의 인건비 상승이 예고된다. 저성장 시대, 기업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인건비 부담인 셈이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