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규직과 임시직 고용보호 완화가 함께 패키지 형태로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일 ‘고용보호 완화, 기업투자를 촉진하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정규직 근로자의 보호 수준을 변경시키지 않고 임시직 시장 개혁을 통해 부분적인 개혁을 추진할 경우 노동시장 왜곡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노동시장 개혁이 성공하려면 단편적인 개혁이 돼서는 안 되고 의도치 않은 나쁜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 정규직 고용보호와 함께 임시직 고용보호가 패키지 형태로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병기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이 보고서에서 노동시장 규제 완화 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된 국가로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1997년 ‘Treu’ 개혁과 2003년 ‘Biagi’ 개혁 등 두 차례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임시직 고용계약을 도입했다. 그는 “정규직 보호와 해고 규제가 매우 강한 상황에서 이탈리아가 선택할 수 있는 노동시장 개혁 방안이 임시직 보호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었다”며 “고용률 증진과 실업률 하락이라는 관점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지만 정규직 근로자의 해고비용을 변경시키지 않고 임시직 시장의 개혁을 통해 이룩한 부분적인 개혁 시도는 노동시장 왜곡을 심화시킬 가능성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스페인은 정규직 보호가 강한 상태에서 임시직을 확대했다가 노동시장 이중화 문제를 겪은 뒤 정규직 보호를 완화한 경우다. 이 연구위원은 “스페인은 정규직 보호가 강한 상태에서 1994년 임시직을 허용했고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와 안정적인 고임금 일자리로 나뉜 노동시장 이중화가 문제가 됐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조정비용이 낮은 새로운 형태의 정규직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혁 조치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시직 비율이 높은 이유가 정규직 고용보호가 너무 과도하다는 데 있다는 인식하에 정규직 고용보호 수준을 대폭 낮췄다”며 “해고비용을 축소한 새로운 형태의 정규직 도입으로 정규직 고용이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한경연은 네덜란드를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함께 도모한 대표적인 국가로 꼽았다. 이 연구위원은 “1999년 도입된 고용 유연 및 안정법은 정규직 근로자의 해고 규정을 완화하는 한편 유연화된 근로자들의 고용계약상 지위를 향상시켰다”며 “고용이 급속히 늘고 특히 여성노동의 급격한 증가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