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중의원 해산 및 다음 달 총선거 강행 결정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명분 없는 선거, 6년 장기 집권을 위한 포석’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총선 후 의석 수가 최소 30석 이상 사라지겠지만, 자민당이 다수당의 지위는 계속해서 지킬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아베 총리가 장기 집권을 위해 ‘정치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위기탈출 꼼수 해산’이라고 명명한 뒤 “경기가 더 나빠지기 전, 야당이 힘을 합치기 전인 지금 시점에 중의원을 해산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할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도 “아베 총리의 중의원 해산은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장기 집권을 위한 포석을 놓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아시아·태평양 연구부 교수도 “현재 중의원 임기가 절반 이상 남은 상황이며, 누가 봐도 총선거에 명분이 없는 상태”라며 “소비세 인상에 대한 국민 심판을 받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반드시 인상해야 한다’는 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정책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 후 아베 총리의 당내 리더십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끼리 의견이 갈렸다. 최희식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리더십이 예전에 비해 조금씩 약화해 차기 수장을 노리는 인사들이 조금씩 아베 총리와 다른 노선을 이야기할 수 있다”며 “명분을 잃은 중의원 해산이 정치적 리더십에 타격을 입혔기 때문에 아베노믹스 등에 비판적이었던 당내 인사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박 교수는 “오히려 당내 불만 세력이 감지됐기 때문에 아베 총리가 중의원 해산 카드를 꺼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아베 총리가 위험성을 짊어지고도 선거에서 이기게 된다면 당 내에서나 차기 주자들 사이에서 당분간 딴 소리는 안 나올 것이며 아베노믹스 등을 계속해서 밀고 나갈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베 총리가 장기 집권하게 될 경우 우리나라는 외교적인 측면에서 ‘이득’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진 센터장은 “아베 총리가 장기 집권 가능성이 높아져 여유가 생기면 외교 정책의 자율성이 보장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