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에 대외 악재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인력감축에 나서면서 ‘실업대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경기 호전에 대한 기대도 불투명한 상태여서 내년 청년 취업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경제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줄줄이 악화되면서 인력감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경영진단을 받아온 삼성전기는 최근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경영진단을 받고 있는데, 그 결과에 따라 희망퇴직을 시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들은 “인적 구조조정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긋고 있으나 업계 안팎의 우려는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앞서 삼성SDI는 지난 9월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사업을 중단하면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200여 명을 내보낸 바 있다. 최근 기업실적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상황을 감안할 때 12월 초로 예정된 주요 그룹 정기인사에서 대폭적인 임원 감축이 시행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조선업계도 현대중공업이 10월에 전체 임원 중 31%에 달하는 81명을 내보낸 것을 인력 감축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석유화학업계 역시 인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솔솔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주요 정유 4사가 대부분 주력사업의 재편이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화그룹도 태양광 사업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설이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10월 1182개 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계획 여부’를 조사한 결과, 35.5%가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 10곳 중 4곳이 인력감축을 고려 중인 셈이다.

한 10대 그룹 관계자는 “지금의 실적 부진도 문제인데 전망도 불투명해 더욱 어렵다”면서 “대외적으로는 ‘내년에도 올해만큼 투자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내년 경영계획을 극히 보수적으로 편성하거나 미루고 있는 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 고용시장이 내년에는 더욱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다. 이철행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노사팀장은 “현재 경기변화 추이를 보면 올해 실적이 부진했던 기업들이 내년에 투자를 늘릴 여건이 안될 것 같다”면서 “일부 업종에선 자칫 한파가 몰아닥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