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 참석한 기초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일제히 정부의 무상보육 등 복지정책에 ‘반기’를 들고 복지 디폴트(지급 불능)상황을 선언하면서 이들의 주장에 대한 속내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종 무상복지 정책으로 정부가 무리한 재정 부담을 지우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저출산 해법 등을 위해 시행 중인 무상보육 등 복지정책이 지역주민을 위한 것임에도 자신들의 공약 이행을 위한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문화일보 11월 6일 자 9면 참조)

7일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기초단체는 올 들어 지난 9월 말 현재 예산 부족으로 1000억 원 가량의 복지비 지출을 하지 못해 추경 편성에 골머리를 앓았다. 전국 기초단체들은 이 같은 상황을 이유로 “지방재정은 생각하지 않고 정부가 복지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해 기초단체는 ‘복지 디폴트’를 우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무상보육도 심각한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주민 사업인데도 복지 디폴트를 운운하는 것은 기초단체장들이 열악한 재정을 내세워 복지비에 정부 예산을 투입토록 하고 이들 예산으로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세운 자기 사업을 하려는 셈법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일고 있다. 표를 의식한 기초단체장들이 치적 쌓기용으로 남발했던 공약을 추진할 수 없게 되자 재정 타령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기초자치단체장들은 6일 총회에서 “그동안 주민 안전과 도로보수 등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해야 할 다른 서비스를 축소하면서 지방 예산을 무상보육 등에 투입해왔다”고 밝혀 이 같은 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 경북 지역 내 일부 기초단체장들은 선거 당시 각종 산업단지 개발을 약속했으나 예산 부족으로 착공조차 하지 못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을 사는 등 곤경에 처해 있다.

경주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