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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세계 수출시장을 장악하면서 한국 수출업계에 큰 타격을 가하고 있다. 수출시장에서의 ‘차이나 파워’는 미국·독일 등 선진국에도 부담이 되지만 특히 중국 상품과 경합하는 품목이 많은 우리나라에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세계 수출 점유율 1위 품목수 폭증을 보이고 있는 중국은 그나마 아직 한국이 수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품목들에서도 근소한 차이로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어 우리나라가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이들 1위 품목도 중국에 역전 당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등에 따르면 승용차에 쓰이는 고무제 이너튜브 수출은 2011년까지 한국이 전세계 수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2년 1위는 중국이 차지했다. 중국은 고무제 이너튜브의 세계 수출 점유율 37.2%를 차지해 점유율 35.2%를 차지한 한국에 비해 2.0%포인트 앞서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의 대표 수출 분야인 철강 제품 가운데 스테인리스강 평판압연제품(두께 0.5∼1㎜)의 세계 수출 점유율도 이 기간 동안 중국이 11.0%를 차지해 한국(10.7%)을 0.3%포인트 차이로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이런 식으로 중국에 수출 1위 자리를 빼앗긴 품목이 2011∼2012년 사이 6개 품목에 달했다. 이 기간 1위 자리에서 밀려난 한국의 전체 수출 품목 13개 가운데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수치다.

반면 한국이 중국을 제치고 1위 자리를 차지한 품목은 3개뿐이었다. 한국이 2012년 새롭게 수출 1위에 오른 품목은 석유아스팔트, 증기발생보일러 등 16개였다. 이들 가운데 중국을 제친 것은 금속주조용 주형틀, 합성스테이플섬유(폴리에스테르), 산화금속산염 및 과산화금속산염 등 3가지뿐이었다. 나머지 13개 품목들은 대부분 벨기에, 싱가포르, 이탈리아, 미국 등과 경쟁을 벌인 결과였다.

현재 한국이 수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품목들도 안심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 중국은 2012년 당시 한국이 1위 자리를 차지했던 64개 품목 가운데 12개 품목에서 2위 자리를 차지하며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한국이 중국의 수출 증가에 따라 품목별로 수출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며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이유는 양국이 서로 수출 품목에 있어서 경합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한국의 수출 1위 품목 64개 가운데 주요 제품군은 화학제품(20개), 철강(10개), 전자기계(7개) 분야였다. 이들은 한국의 수출 1위 품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효자 수출 품목’이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의 수출 1위 제품군과 겹친 상태다.

2012년 중국의 세계 수출 1위 품목 가운데 29.6%는 섬유제품에 치중돼 있었지만, 뒤이어 화학제품(14.5%)과 철강(11.7%) 분야 제품들이 차지했다. 따라서 이 제품군들 가운데 중국의 수출 1위 품목이 늘어날수록 한국의 수출 1위 품목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관계다.

한편 중국의 수출 시장 장악 속에서도 한국의 수출 품목 가운데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2∼5위권 및 6∼10위권에 있는 품목들은 전반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어 중국 수출 증가의 악영향을 극복할 여지가 남아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 독일, 미국, 일본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 중 우리나라가 2∼3위를 차지하며 추격하고 있는 품목수는 172개로 이 중 점유율 격차가 5%포인트 미만인 품목은 31개”라며 “우리나라는 수출 규모면에서 세계 7위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수에서는 14위에 그쳐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분발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