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곧바로 산회 김우남(가운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상임위는 국회 정상화를 논의하기 위한 여야 원내대표회담으로 곧 산회했다.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지난 5월 2일 이후 150일째 본회의 ‘법안 처리 제로’라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국회가 상임위원회 활동에서도 역시 사실상의 정치 파업을 일삼고 있다.

본회의 장기 파행에도 불구, 상임위가 열리는 것은 아무런 제약이 없지만, 16개 상임위가 대부분 활동을 멈춘 극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상태여서 정부가 요청한 경제살리기 핵심 법안 30개가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회법 제53조에는 ‘상임위는 폐회 중에도 최소한 월 2회 정례적으로 개회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임위 활동 중단은 헌법기관이자 입법기관인 국회가 스스로 법을 어긴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문화일보가 2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5월 2일부터 9월 28일까지의 16개 상임위 활동을 분석한 결과, 법안 상정·처리를 위해 전체회의를 연 것은 전체 16개 상임위를 모두 합쳐 10차례에 불과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7월 8일과 15일 잇달아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 처리를 했고, 외교통일위원회가 6월 30일과 7월 11일 일부 법안을 처리했다. 이외에 국방위원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각 한 차례 법안 상정이나 법안 처리를 위한 전체회의를 열었고, 정무위원회는 7월 10일 ‘김영란법’ 관련 공청회를 한 차례 열었다. 보건복지위원회는 41개 법안 처리를 위한 상임위를 열었으나 정회한 뒤 속개하지 못한 회의가 한 차례 있었다. 법안 처리 목적 외에 결산심사나 정부 현안보고, 인사청문회 등을 모두 포함한다 해도 각 상임위는 150일 동안 평균적으로 각 2차례씩밖에 열리지 않았다.

이처럼 상임위 활동마저 5개월 가량 멈춰버려 향후 민생 법안 처리 일정은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가 불투명하다. 30일 본회의를 열어 부의된 91개 법안 및 결의안을 처리한다 해도 경제살리기 핵심 법안 30건 등 민생 법안은 다시 상임위 논의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놀고먹는 국회라는 비판은 대단한 걸 요구하는 게 아니라 국회법이라도 지키라는 것”이라며 “국회가 공전하더라도 상임위 활동은 돌아가야 하고, 그러지 못할 경우 세비 자동 삭감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