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원회가 지난 5월 2일 이후 민생·경제 관련 법안 처리에 손을 놓고 있으면서 처리 지연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일부 법안의 경우 때를 놓쳐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 안산시 단원고 3학년 학생들에게 정원외 특례입학을 허용하는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학생의 대학입학지원 특별법’ 등은 입법 ‘타이밍’을 놓쳐 사실상 폐기됐고, 중요 복지 법안인 ‘세모녀법’이나 ‘소상공인 지원법 ’ 등 민생법안도 올해 말 안에 국회 통과가 안 되면 그 빛을 잃게 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날씨가 점차 쌀쌀해지는 가운데 빈곤층과 사회적 소외계층은 따뜻한 손길을 절실히 요청하고 있는데 세월호를 핑계로 야당이 이를 막는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라며 “대표적인 민생법안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경우 국회를 통과하면 10월부터 본격 시행되는데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초생활보장법 내 주거 급여의 경우 지원 대상을 73만 가구에서 97만 가구로 늘리고 가구당 급여액도 월평균 8만 원에서 11만 원으로 늘리는 사업이 큰 차질을 빚게 됐다”며 “10월부터 추가 주거 급여는 중단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국회에는 산적한 현안들이 상임위에 발목이 잡힌 채 여전히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가 이날 언급한 기초생활보장법은 이른바 ‘송파 세모녀법’으로 불리는 법안 중 하나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140만 명에서 180만 명으로 40만 명에게 추가로 기초생활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월 현금 급여 대상자에게 주는 현금도 최대 17만 원(평균 6만 원 증가) 늘어나게 된다.

또 300만 명의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가재정법’도 내년 1월 1일부터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의 출범에 따라 올해 말까지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법안이지만, 아직 상임위 차원의 논의조차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일훈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