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곧바로 산회 김우남(가운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상임위는 국회 정상화를 논의하기 위한 여야 원내대표회담으로 곧 산회했다.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29일은 ‘본회의 법안 처리 제로’ 150일째로 사실상의 정치파업이 계속되는 데에는 100일 가까이 법안심사소위원회조차 구성하지 않고 있는 상임위원회의 책임 방기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16개 상임위 중 6곳에서 아예 법안소위가 구성되지 않아 정상적인 법안 처리 자체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16개 상임위 중 정무·기획재정·교육문화체육관광·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산업통상자원·환경노동위원회 등 6개 상임위는 6월 23일 하반기 원 구성 협상이 타결된 뒤 98일이 지나도록 법안심사소위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인 법안 처리 과정이 상임위 상정 후 상설소위원회(법안심사소위)에 회부해 집중적으로 심사한 뒤 다시 상임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와 본회의의 의결로 이어지는 구조인 것을 감안하면 아예 법안 처리의 첫 단계부터 길목을 막고 있는 셈이다. 여야 모두 150일 동안 국회가 공전하는 동안 그나마 상임위 활동이라도 하겠다는 최소한의 의지조차 없다는 방증이 바로 법안소위의 미구성이다.

법안소위 미구성에는 여야 책임이 따로 없다. 기재위를 제외한 5개 상임위는 법안소위 복수화 문제에 대한 여야의 이견으로 소위 구성 자체가 안 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복수화를 반대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를 빌미로 소위 구성 자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이 무작정 법안소위를 반대하는 이유도 석연치 않고, 야당이 아예 소위 구성 자체를 막고 있는 것 역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쟁과 밥그릇 싸움이 법안 처리의 길목을 막고 있다는 비판이다.

기재위 역시 정쟁이 소위 미구성의 주요 원인이다. 기재위는 아예 조세소위·경제재정소위·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 등 3개의 상설소위가 제도화돼 있어 이미 법안소위 복수화가 이뤄진 곳이다. 다만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지난 2012년 대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야권 인사에게 원색적인 ‘막말 트위트’를 올린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의 사퇴를 기재위 정상화와 법안소위 구성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것이 상임위 파행의 주요 원인이라고 새누리당 측은 설명했다.

이들 6개 상임위는 경제 활성화와 민생에 직결된 상임위인 데다 현안도 수두룩한 곳이어서 법안소위조차 구성하지 않고 ‘놀고먹는’ 것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더 따갑다. 특히 정부가 경제 활성화와 민생을 위해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 선정한 30개 중 절반이 넘는 17개가 이들 6개 상임위 소관 법률안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발목 잡기’가 도를 넘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정부의 중점 처리 법안을 100여 일째 구조적으로 막고 있다는 점에서 여당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국회 관계자의 지적이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국회법 53조는 국회가 폐회 중일 때라도 정례회의를 최소 월 2회 개회해 계류 중인 법률안과 주요 현안 등을 심사하라고 규정해놨는데 아예 법안소위조차 만들지 않았다는 건 대놓고 국회법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을 국회의원 스스로 보여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