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원회 측이 25일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방안만 고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을 계기로 여야 간 세월호특별법 제정 협상이 진전을 이룰지가 주목된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여전히 “야당과 유족의 입장이 근본적으로 바뀐 게 없다”며 “협상이 오래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유족 입장이 변화했으니 이에 상응하는 여당의 양보안을 내놓으라”며 여권을 압박했다.

26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새정치연합 측은 진상조사위원회에 동행명령권과 고발권, 자료영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새누리당에 물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영치권은 감사원과 금융위원회가 갖고 있는 권리로, 조사위원회가 해당 부처의 자료제출을 요구하면 무조건 제출해야 하는 권리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원내 관계자는 “(동행명령권·자료영치권 등은) 고려해볼 수 있는 안”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겉으로 나타나는 기류는 아직 평행선이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새정치연합이 아직 수사권·기소권을 포기하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힌 바 없다”며 “유가족과 새정치연합은 모호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오늘 본회의를 늦추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고 의심했다.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새로운 양보로 볼 수 없는, 상황 변경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주 의장은 “언론 같은 데에서는 ‘유가족대책위에서 큰 양보를 했으니 무엇인가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볼 때는 전혀 양보가 있는 게 아니고 기존에 여야 간 합의한 틀에서 조금도 벗어난 것이 없는 상황”이라며 “지루하고 긴 협상 과정이 남아 있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일단 여야 원내대표가 다시 마주앉게 되면 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특검 부분이나 조사위의 조사권 강화 부분에서 성의를 보일경우 수사권·기소권 부여안은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힐 전망이다. 현재 새누리당은 2차 합의안이 마지막 양보안이라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유가족들에게 성의있는 양보라고 비쳐질 만한 카드를 제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